[신세대] 군림하는 '신 온달족'
기사입력 1997년 06월 10일 14시 39분
신세대 남성들사이에 `네오(新) 온달족' 바람이 거세다.
친구들끼리 만나도 재미삼아 `네오 온달족'인지 아닌지를 묻기도 하고, 앞다퉈 신 온달족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몸부림치기도 한다.
과거의 온달족은 무조건 여자에 `얹혀산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지만, 네오 온달족은 다르다.
신세대 남성들은 가만히 있어도 여성파트너가 알아서 챙겨줄 만큼 군림하면서 제 목소리를 내는 능력있는 남자의 상징인 `네오 온달족'을 닮고 싶어 안간힘을 쓴다.
전엔 여성이 커피값을 내면 남성의 자존심이 깎이는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요즘 신세대 남성들은 "얼마나 잘나가면 여자가 커피값까지 낼까"하며 오히려 부러워한다.
`네오 온달족'은 과거의 온달족보다 자격조건도 까다롭다.
나이도 20∼25세 정도로 제한되고, 키도 최소 1m75 이상에 준수한 외모와 세련된 패션감각을 지녀야 한다.
여기에 시사를 포함한 다양한 소재를 이야기로 엮어낼 수 있는 화술까지 갖췄다면 금상첨화다.
`네오 온달족'의 약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곳은 신세대들이 즐겨 찾는 디스코텍.
예전에는 남성쪽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골라 부킹신청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양상이 역전됐다.
`네오 온달족'의 조건에 맞는 남성의 경우 가만히 앉아 있어도 여성쪽에서 먼저 부킹을 신청해 온다.
신세대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 강남 J나이트클럽 관계자는 "네오 온달족의 경우 여성으로부터 부킹이 들어와도 그냥 응하지 않는다"며
"자동차가 있는지, 있다면 차종은 뭔지를 물어보고 나서야 부킹에 응할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또 마시고 춤추고 노는 것을 여성쪽에서 알아서 리드하고 1차를 포함한 2차의 술값도 당연히 여성쪽에서 계산을 한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쯤되면 지난해 신드롬으로 떠올랐던 `왕자병' 보다 한술 더 뜨는 수준.
이들 `네오 온달족'의 등장은 사회적인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신세대 남성들의 주머니 사정이 더 썰렁해진 반면, 여성들은 사회진출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커진 것도 그 한가지 원인.
또 만혼풍조가 확산되는데 따라 결혼이 늦어지거나, 아예 혼기를 놓친 여성들이 `풋사랑'의 상대로 적잖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네오 온달족'들을 찾아나서기도 한다.
자신을 `네오 온달족'이라고 밝힌 K대 3년생 임민철씨(24)는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능력닿는 쪽에서 데이트비용을 부담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여자친구가 내가 좋아서 지갑을 연다는데 달리 말릴 이유도 없지 않느냐"고 당당히 `온달론(論)'을 늘어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