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용들의 전쟁 (11)
기사입력 1997년 06월 09일 14시 07분
맘모스는 킹콩이 정치적 구상과 함께 정권을 독식하려는 전략을 짜며 멀리서 자신이 싸우는 것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오직 곰보살에 대한 보복에 정신이 없었다.
맘모스는 곰보살에게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사실은 주먹을 휘두르는 것도 보통 힘드는 일이 아니다.
물론 맞는 쪽이야 펀치에 대한 충격으로 정신을 잃겠지만 때리는 쪽도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게다가 맘모스는 만만치 않은 적수 곰보살과의 대결인 만큼 죽을 힘을 다해 싸우는 바람에 사실상 탈진한 상태였다.
쓰러진 곰보살을 올라탄 채 물어뜯는 것도 보복극을 마무리하려는 안간힘이었다.
바로 그때 킹콩이 맘모스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간 것이다.
킹콩이 바로 뒤에 갔을 때까지도 맘모스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제 킹콩이 맘모스의 뒷덜미를 내려치기만 해도 사파리의 왕권을 거머쥘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맘모스에게 구원의 손길이 나타났다.
바로 패트롤카였다.
그동안 킹콩을 주로 감시하던 패트롤카는 킹콩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서야 맘모스가 곰보살을 초주검으로 만든 것을 알아차렸다.
또 킹콩이 맘모스에게 몰래몰래 다가간 이유도 알았다.
패트롤카는 그런 상황을 원치 않았다.
킹콩이 왕이 되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지만 맘모스가 공평하지 못한 싸움 때문에 왕위를 빼앗기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
조금만 지체하면 맘모스는 킹콩의 주먹에 KO될 게 뻔했다.
패트롤카는 클랙슨을 울리며 사파리를 달렸다.
킹콩과 맘모스가 있는 곳은 바위가 있는 야트막한 언덕이었지만 지프를 개조해만든 패트롤카는 덜컹거리면서도 거침없이 달려 갔다.
곰보살을 구해야 했고, 맘모스에 대한 킹콩의 기습을 막아 공정한 대권 경쟁을 이끌어야 하는 패트롤카로서는 촌각을 다투는 출동이었다.
`도둑이 제발 저리다'는 말도 있듯이 킹콩은 클랙슨에 놀라 허둥대며 달아났다.
곰보살을 확실하게 보내지 못한 채 일어서는 게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일어선 맘모스는 그제야 킹콩이 바로 뒤까지 왔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