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뺨맞는 이유도 가지가지
기사입력 1997년 06월 09일 14시 07분
촌놈(시골 출신)인 필자는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절대 `종로'에 나가지 않았었다.
당시 종로2가와 4가 사이엔(그 유명했던 종삼) 밤이 되면 `거리의 꽃'들이 피어나곤 했는데 아부지 어무이가 그런데 기웃거리면 안된다고 해서 그랬던 것은 아녔다.
또 그때나 지금이나 종로길이 뭐 대단히 혼잡해 길을 잃을 염려가 있어서였던 것도 아니다.
그러면 왜 종로길을 가지 않았는가. 괜히 억울하게 귀싸대기에 불이 날까 염려해서였다.
왜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말이 있잖아?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종로에 나간다 해서 무조건 뺨을 맞는 건 아니었다.
뺨이란 맞을 일이 있어야 맞는 것이지 합당한 사유가 없으면 종로가 아니라 청계천 가리봉동 등 그 어느 곳에서도 맞지 않는다.
뺨 맞는 얘기가 나왔으니 이 사나이가 하루 6대의 뺨을 맞은 사연을 들으시고 맞아도 싼지 맞기가 비싼지를 판단해 보시기 바란다.
이 사나이가 그녀와 모처럼만에 데이트가 성사됐다.
아버지의 단벌 양복을 훔쳐 입고 나오려다가 들키자 `명퇴 당해 계시는 분이 외출이 뭐 필요하냐'고 했다가 제 1의 귀싸대기가 짝！
옷 막히는 도로사정 때문에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아 삐삐에 음성이라도 남기려고 주머니를 뒤졌는데 40원은 없고 고액권(?)인 1천원짜리 뿐이다.
가까운 구멍가게에서 가서 동전으로 환전을 부탁하니 주인 왈 `짜샤！ 니 잔돈 바꿔 주려고 여기 앉아 있는 줄 아냐！'라며 거절하고 물건을 사란다.
그래서 100원짜리 물건(?) 9개하고 잔돈은 10원짜리로 달라고 했더니 제2의 짝！ 하는 수 없이 150원짜리 볼펜을 한자루 달라고 했더니 오늘부터 200원으로 올랐단다.
그러면 아직 10원짜리 동전이 발생하지 않아서 `어제까지 150원였으면 어제 물건으로 주세요！'했다가 제 3의 짝！
잔돈 바꾸는 걸 포기하고 집의 전화를 쓰러 돌아 왔다가 멍청한 놈이라며 어머니에게 제4의 짝！
결국 1시간 늦게 약속장소 나갔다가 여자에게 `너두 1시간 늦게 나왔으면 됐을 것 아니야！'라고 했다가 다시 짝！
눈 알이 핑핑 도는 상태서 그녀를 봤더니 너무 아름다웠다. 그래서 심하게 더듬고 말았다.`너,너무… 예…예뻐요∼'.
여자의 손과 사나이의 뺨 사이에서 천둥 소리가 났다.
`야 쨔샤！ 말만 더듬지,사람 많은 데서 손은 왜 더듬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