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난] '이젠 새 이름 불러주세요'

기사입력 1997년 06월 09일 14시 07분


정난(靜暖)이란 새 이름이 아직 어색하기만 한 김정난. 스물 다섯해를 살아온 현아라는 이름을 순식간에 바꾸고 난 결과다.

`김현아'라는 이름이 부모님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기에 바꿨지만 친구들은 여전히 `현아'라고 부른다. "그냥 `현아'는 괜찮대요. `김현아'라고 성과 붙여야 나빠진다는 거죠."

지난 1년간 땀흘려 촬영한 MBC TV 특별기획 드라마 `산'이 방영되는 것을 보며 김정난은 묘한 아쉬움을 느낀다.

히말라야와 알프스에서 안간힘을 써 가며 종일 촬영한 장면들이 길어야 1,2분으로 처리되는 것을 볼 때 느끼는 안타까움.

"물론 한시간 내내 산만 보여줘선 드라마가 안 되겠죠. 그래서 불평할 생각은 없어요."

`산'의 촬영이 얼마나 힘든지를 말해주는 일화. 최근 진행된 촬영에 김정난은 "구경해보고 싶다"는 아버지를 모시고 갔다.

인수봉 정상 바로 아래 김정난을 비롯한 출연진이 파리(?)처럼 암벽에 달라붙어 있는데 제작진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다 안 잡혀！ 조금만 아래로 이동！"

해발 600m의 매끈한 암벽에서 출연진은 그대로 돌부리를 잡고 이동했다. "됐어요?" "조금만 오른쪽으로！" 간을 졸이며 지켜보던 아버지는 "아슬아슬해서 차마 볼 수가 없다"며 내려가 버렸다.

20대 초반인 주인공 성규(감우성)는 아직 수정(김지수)에게 마음을 뺏긴 상태. 김정난이 맡은 남희는 사촌오빠처럼 자란 성규를 슬슬 남자로 느끼기 시작하지만 결국 서른이 되어서야 맺어진다.

"자기를 여자로 보지도 않는 남자를 10년 바라볼 수 있겠냐구요? 실제 성격 같으면 어림 없죠."

교육은 거의 받지 않았지만 산에서 건강한 심성을 키운 남희나 가능할 것 같다는 얘기. 그래서 남희가 너무 좋고, `산'이 끝나도 암벽 타기는 그만 두지 못할 것 같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