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질투의 화신 (5)
기사입력 1997년 06월 09일 14시 07분
박태준과 정가태풍.
누가 뭐라고 해도 박태준 회장은 이 나라 경제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이종민이나 허원행의 견해도 그렇게 일치했다.
그동안 허주 김윤환이 TK의 실세임을 자부해 왔지만 여권에 이수성 전 총리가 뜨기 시작하고 민주계로부터 그리 환영받지 못하면서부터 그 세력은 현저히 약화되어갔다.
`김영삼 대세론'으로 92대선 때 민정계를 몰아붙여 TK세력들의 입지를 축소시켰다는 원망도 듣고있다.
이러한 TK여권의 분열에 박준규, 박철언 야당세력이 버티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대부분 자민련에 속해있지만 `야당 대통합'이 불가능할 경우 집단탈당도 불사할 기세다.
만일 여기에 박태준 전 회장이 힘을 실어준다면 엄청난 폭발성을 갖게 된다.
"박회장님이 깃발만 꽂으면 박준규, 박철언은 물론 대선 예비후보들 중 탈락한 TK세력 다수가 집결합니다."
이기자의 분석은 대단히 예리하고 뛰어났다.
"맞아…. TJ가 돌아오면 반(反) YS세력이 더욱 결속력을 갖게 될거야."
이제 두고보면 안다. 야권은 이렇게 움직일 것이며 DJP로는 정권교체가 힘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권토중래 명예회복을 노리는 박태준 회장이 호락호락 손을 내밀지 않을 것이며 그것도 정계에 멋있게 진출할 때만 가능하다. 아직은 변수가 많다.
`DJ,JP는 어떤가.'
허원행은 자신과 견해가 꼭 들어맞게 일치하는 이종민이 기특해서 견딜 수 없었다. 당장 연구소로 보내도 충분하겠지만 기자로 활용할 가치도 높다.
"자민련 국민회의 양 총재가 갈 길을 어떻게 보고있어."
"DJ는 자신이 대통령 후보가 되는 조건에서 야당 대통합, 그리고 그 후 내각제 전환을 노릴테고요. JP는 우선 내각제에 합의한 후 후보 단일화하자는 거죠. 말하자면 DJ는 대권이 최후목표, JP는 내각제가 최우선. 꿈이 다른거죠."
"결국 불가능 논리군."
"그렇다고 봅니다. 하지만 TJ가 귀국하여 정당설립에 성공하면 두 야당 총재도 신중히 생각할 겁니다. 모두가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니까요. …근데 소장님 견해는 어떠세요?"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중요한건 DJP 모두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거야. 두분 모두 훌륭한 지도자 이면서도 약점 또한 많거든."
"약점이 많죠. 그래서 박철언 부총재 불만이 누적되는 거죠. 지역구에서는 어차피 모두 출마해서 떨어질 후보라면 무엇때문에 밀어주느냐 하는 압력이 대단하거든요."
야당 대통합으로 정권교체를 꿈꾸는 박철언. 그도 요즈음은 여러가지 진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은 `대통합'의 가능성을 버리지 않고있다. 이종민 기자는 조금전 얻어맞은 볼의 통증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