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 1할대 악몽 아듀
기사입력 1997년 06월 08일 14시 37분
"벌써 시즌 끝난것도 아닌데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네."
현대 박진만（21）은 "작년에 2할8푼 넘게 친 선수 맞냐"는 놀림을 받을 때마다 이런 말로 둘러치며 눈을 `반달'로 만든다.
어린 나이에 잔뜩 풀이 죽어 인상을 구기고 다닐법도 한데 `애늙은이'한테는 그런 일이 없다.
제 스스로 워낙 능글맞게 슬럼프에 맞서고 있으니 옆에서 뭐라 할 이유도 없다.
`아랫동네 4번타자'라는 박진만이 한달 가까이 1할대에 허덕였던 이유는 선구안이 어두워졌기 때문.
특히 오른손투수의 바깥쪽으로 휘어져 달아나는 슬라이더에는 따라다니며 헛스윙을 해댔다.
방망이를 뒤로 눕혔던 지난해의 폼이 힘을 싣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겨우내 이리저리 폼을 만지다가 밸런스를 잃은 결과였다.
박진만은 "며칠전부터 스트라이크와 볼이 확실히 구별된다"며 좋아한다.
가장 큰 무기인 선구안이 살아나자 방망이가 상승세다.
지난 7일 LG전에서는 4회초 시즌 2호 좌월 1점홈런을 비롯해 3타수 3안타 2타점을 올렸다.
8회 무사 1루에서는 착실하게 투수앞 희생번트도 성공시켜 오랜만에 특유의 `얄미운' 플레이를 했다.
그동안 1할대에 푹 절어있던 타율도 2할3푼으로 끌어올렸다.
"한살이라도 젊은 제가 분위기 잡아야지, 누가 하겠습니까."
쳐다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박진만의 눈웃음에는 또렷한 자신감이 배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