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대화방] '욕방'등장 눈살
기사입력 1997년 06월 08일 14시 37분
최근 PC통신 대화방에 `욕방'이 등장, 통신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늦은 밤 시간대에 생기는 욕방에서는 이름 그대로 온갖 욕과 음담패설이 난무한다.
주로 가명을 사용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인들이 참여하는 욕방은 직장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해소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상상도 못하는 언어들이 오가기 때문에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라는 변명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통신인들의 중론이다.
또한 학계에서는 건전한 언어문화를 해치고 우리말의 저질화를 부추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모군（22·S대 2년）은 "우연히 욕방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본인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하지만 상대방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PC통신사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이에 대한 규제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욕방 옹호론자들은 외부와 철저하게 격리만 된다면 스트레스 해소 측면에서 그리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욕방을 자주 이용한다는 전모군（22·K대 의대 3년）은 "쌓여있는 불만을 배설하지 못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욕방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얼마전 공개적으로 욕대회가 열렸듯이 욕문화를 양성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군에 따르면 욕방에는 여러가지 원칙이 있다.
참가자는 반드시 만 20세 이상이어야 하며 새내기에게는 욕방의 성격과 규칙들이 설명되어진 뒤 퇴실여부를 본인의 자유의사에 맡긴다는 것.
또한 거지에서부터 대통령까지 절대적 평등을 보장받기 때문에 존대말을 사용하지 않으며 참가자들에게 훈계나 설교를 할 경우 단체로 욕을 들은 뒤 강제퇴실을 당한다고.
한 PC통신 관계자는 "대화방을 항상 모니터를 하고 있긴 하지만 비밀스럽게 생기는 욕방을 일일이 찾아내기는 힘들다"며 "좀더 효율적인 규제책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