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중대결심' 홍수시대
기사입력 1997년 06월 08일 14시 37분
`중대결심' 또는 `중대결단' 혹은 `중대선언'.
그 걸 하는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을 때처럼 가슴이 철렁한다.
아버지（어느 집은 어머니일 수도 있겠지）나 사장, 교장선생, 중대장, 두목… 등이 심각한 얼굴로 뭔가 중요한 결심을 하겠다는 듯 말을 꺼내면 그 것을 들어야 하는 우리 똘마니들의 마음은 어찌 그리 조마조마하는가.
그런데 너무 겁만 먹을 일도 아니다.
우리는 누구의 중대결심을 들으면 다시는 물리지 않을 최후의 히든카드 쯤으로 여기고 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다.
역사를 살펴 볼 때,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한 상투적인 경고를 중대결심으로 말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보시라.
`내가 다시 담배를 피우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이런 중대결심을 하는 골초는 개똥발의 개똥처럼 흔하다.
그런 그가 담배를 다시 피우는 것은 쉽게 볼 수 있어도 손에 장을 지지는 사람은 아직 금연계에 단 한명도 보고되지 않았다.
`내가 널 또 만나면 니 아들이다'라는 선언도 흔히 듣는다. 그러나 어제까지 연인였던 관계여서 부자나 모자관계로 호적이 정정되는 일은 단 한건도 없었다.
부부사이의 최대 중대결심은 뭐니해도 이혼일 것이다.
요새는 경제가 나빠서 `부부사이'도 흔들거리는지 `이혼신청'이라는 중대결심이 많단다. 그러나 `이혼을 하고 말겠다！'는 사람들 중에는 30년, 40년을 그대로 사는 사람들이 훠얼씬 많지 않은가.
중대결심이 엄마엄마한（어마어마보다 강함）사건을 저지를（?）것이 아니고 사실은 경고성이 더 짙다는 걸 잘 말해 주는 야그 한 토막.
남자가 한 여자에게 수도 없이 딱지를 맞다가 어느 비오는 날 모래시계의 배경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비장한 각오로 말한다.
남- "나와 결혼할 수 없다는 말이 최후의 결심이죠? …후우∼！ 좋아요. 나도 더 이상 당신에게 말을 않고 악명 높은 우리 조부께서 하셨던 방식으로 하겠어요."
여- 남자의 이글이글 타는 눈매에 잔뜩 겁 먹고 "하, 하겠어요 댁과 결혼하겠어요. 저… 그런데 댁의 할아버지께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남- "헤헤！ 울 할부지는요 다른 할매한테 딱지를 맞고 지금의 할매한테 청혼을 하셨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