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기사입력 1997년 06월 08일 14시 37분
소설가 김연경씨가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문학과 지성사）을 펴냈다.
그는 이 소설집에 모두 8편의 중－단편을 수록했다.
출생 연도가 75년이니 문단의 막내일 터인데, 그는 한술 더떠 "수록 작품 대부분이 미성년 시절에 쓴 것들"이라고 밝힌다.
표제작인 `고양이의…'은 카프카적이기도 하고 부조리극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주인공인 작가의 이름은 스산하게도 `스산'이다. `스산'은 해와 달 두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따뜻하고 밝은 이야기를 쓴다. 그러나 이야기는 따뜻하지도 밝지도 않다.
밝음과 어둠 사이를 오가며 불안하게 흔들리던 `스산'은 결국 어두운 고양이의 발톱에 목숨을 잃는다. `스산'이 죽은 뒤 그 자리에서 밝은 고양이가 나타난다. 어둠만이 현실이고, 어둠에 먹혀 버리게 되는 것이 작가의 운명.
`아 베, 혹은 생존의 방식'은 자유분방한 여자 `아'와 금욕적인 여자 `베'가 주인공. 다정했던 그들이지만 자유분방이 방탕으로, 금욕이 자폐로 치달으면서 두 사람은 소통 단절의 관계가 된다.
이밖에 이상의 `날개'를 패러디한 `다시 쓰는 ' 등 다른 작품들도 각자 개성있는 얼굴을 선보인다.
평론가 성민엽씨는 "그는 리얼리즘 소설의 그럴 듯함의 원칙을 벗어나 소설 도처에서 시간적 공간적 알레고리를 장치해 두고 그로부터 야기되는 낯설게 하기와 한국문학 속의 이미지 등 각종 이미지들의 차용, 서술자의 목소리와 등장 인물의 목소리를 중첩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교묘한 중첩과 재구성은 그의 개성적이며 발랄한 문체와 어울려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 지는 독창적인 분위기를 창출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씨는 거창 출신으로 부산에서 자랐다. 서울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동대학원에 재학 중.
95년 `언제나 없는 여자'로 서울대 대학문학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문학과 사회' 여름호에 `, 그 시를 찾아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