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관전평]방어율 좋은 현대가 처지는 이유
기사입력 1997년 06월 07일 00시 28분
투수가 야수들을 믿고 맞혀잡는다는 것과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현대 에이스 정민태와 LG 신인 장문석의 선발 대결을 감안하면 현대 마운드의 우세가 예상된 게임이었다.
그러나 현대는 초반부터 어이없는 수비 실수로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갔다.
1회말 LG 톱타자 유지현의 안타는 3루수 권준헌이 잡을 수 있었고, 1사 1, 2루에서 터진 4번 심재학의 2타점 2루타도 중견수 김병철의 글러브를 맞고 튀어나갔다.
또 5회말 무사 1루때 평범한 견제구를 1루수 김경기가 뒤로 빠트린 장면은 `운좋게 넘어가면 이기고, 아니면 질 수 밖에 없는 야구'를 확인시킨 셈이다.
권준헌은 무빙（moving） 동작의 소홀, 김병철은 일찍 기다려야 한다는 기본기의 태만, 김경기는 집중력의 부족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반면 LG는 5_5 동점이던 6회초 2사 2루에서 9번 박진만의 안타성 타구를 3루수 송구홍이 몸을 날리며 잡아내 좋은 대조를 보였다.
승부처가 된 8회말 2사 2루에서 LG 2번 동봉철의 결승타는 `노림수'가 좋았던 반면, 현대 정명원의 높은 변화구는 아쉬움을 남겼다.
현대 2루수 김인호는 동봉철의 타구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발놀림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완전한 포구를 하지 못한 채 공을 막아내는데 그쳤다.
LG는 결국 승리를 따냈지만 좀더 `야무진 야구'로 이상훈을 아낄 수 있는 게임을 하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