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나까지 쓰러지면 우린 끝장'
기사입력 1997년 06월 06일 14시 42분
"딴 사람은 몰라도 쟤는 아프면 안돼."
현대 김재박감독이 요즘 매일 경기전 곁눈질로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있다.
바로 김인호（30）의 걸음걸이다.
봐서 웬만하다 싶으면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절뚝절뚝 시원치 않으면 곧바로 한숨이다.
오른쪽 허벅지에 솟은 가래톳이 문제다.
워낙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를 자주 하다 보니 오른쪽 엄지, 발목 등에 부상이 심해 가래톳으로 나타났다.
아프냐고 물어보면 그저 배시시 웃으면서 "괜찮아요"라고 짧게 대답하고 말기 때문에 감독이 매번 직접 살펴보기로 했다.
지난 1일 광주 해태전에 앞서 김감독은 "쟤가 저렇게 절룩거릴 정도면 많이 아픈 것"이라며 오더에서 뺐지만 비로 취소되는 바람에 한시름 돌렸다.
3일을 쉬고 지난 4일 한화전에 톱타자로 컴백한 김인호는 제몫을 충분히 해냈다.
1회말 총알같은 중전안타에 이어 5회말 1사후에는 왼쪽 펜스앞에 떨어지는 3루타로 4타수 2안타.
3회초 한화 3번 강대호의 2루를 꿰뚫는 타구를 건져내 노스탭으로 1루에 던져 아웃시키는 등 수비도 발군이었다.
공수 양면에서 가장 똘똘한 플레이를 펼치는 김인호의 진가를 그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5일 현재 타율 2할9푼5리（122타수 36안타）로 팀내 타율 1위.
하루하루가 힘겨운 집안형편에 김인호는 볼수록 갸륵한 `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