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영화가] 대형극장 바람분다
기사입력 1997년 06월 06일 14시 42분
공룡 극장이 슈퍼 흥행작을 만들어내고 있다.
개봉 첫주말 9천만달러（약 810억원）를 돌파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잃어버린 세계'. 그 성공 뒤에는 `공룡 극장'들의 위력도 한몫을 했다.
바로 미국 LA 근교 온타리오시에 등장한 2개의 극장이 가장 좋은 본보기. 쌍둥이처럼 마주보고 있는 AMC 30과 에드워즈 온타리오 22 팰리스는 각각 한 지붕 아래 30개와 22개의 스크린을 갖고 있다.
지난 주말 두 극장은 모두 8개의 스크린을 통해 `잃어버린 세계'를 상영, 총 31만6천달러（약 2억8천만원）를 벌어들이는 위력을 과시했다. `잃어버린 세계'가 기존 흥행기록을 쉽게 뛰어넘은 데는 이런 대형 상영관들의 기여도가 컸다는 분석이다.
AMC와 에드워즈사가 등장하기 전까지 가장 큰 극장이래야 12∼14개의 상영관을 갖췄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위력. 극장 대형화에 앞장서고 있는 두 회사는 비슷한 규모의 대형 극장을 미국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건설비만도 3천만달러（약 270억원）나 드는 대형 극장들은 규모뿐만 아니라 서비스에서도 기존 극장을 압도한다.
최신 설비의 디지털 음향 시스템에 각도를 타지 않는 굴곡 스크린, 좌석마다 컵 홀더가 달려 있는가 하면 팔걸이를 걷어 버릴 수도, 앞뒤로 의자를 젖힐 수도 있다.
인기 영화의 경우 여러개의 상영관을 채택해 거의 20∼30분 간격으로 극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강점.
상대적으로 소수 관객을 겨냥한 고급 영화의 제작진도 대형 상영관을 환영한다. `잃어버린 세계'같은 블록버스터가 장기 상영되더라도 다른 영화를 개봉할 수 있는 공간이 언제나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상영관의 등장이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대형 상영관의 독주로 인해 기존 소형 상영관들의 몰락이 이미 시작되는가 하면 나란히 선 두개의 대형 극장이 똑같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영화산업의 미래에 바람직한 것이냐에 대한 논란도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