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만씨] '난 글쟁이 아닌 문화탐험가'
기사입력 1997년 06월 06일 14시 42분
김진만씨(32)는 자신의 명함에 새겨진 이름 석자 앞에 문화탐험가라는 타이틀을 붙인 `글쟁이'다.
구태여 문화비평가가 아닌, 문화탐험가라고 자기정의를 내리는 이유가 있다. `비평'이라는 말에서 풍기는 책상물림의 냄새 대신, `탐험'이라는 말에서는 현장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는 과연 전투적인 탐험가다. 그는 어려운 용어로 가득 채워진 텍스트와 서가를 뒤로 하고 거리로 나선다.
신세대문화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압구정동 거리로 달려가고, 가출청소년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그들과 함께 사발면을 나눠먹는다.
"신문사 사회부기자처럼 발로 뛰면서 취재해 글을 씁니다. 다리품을 팔다보니 육체적으로 힘듭니다."
자연스레 글의 방식도 달라지고 문체와 호흡도 달라진다. 펄펄 살아 숨쉬는 글을 생산하는 것이다. 발로 뛰는 대가로 그는 드문 `구어체의 글쟁이'가 된다.
그는 의도적으로 `남의 글'도 잘 읽지 않으려 한다.
"대가의 글을 읽으면 압도당해 정작 자신의 상상력은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글들은 `그게 그거'라는 혐의를 지우기 힘들어 읽지 않습니다."
이 `글쟁이'가 관심을 갖는 분야는 성문화론, 신세대문화론, 지식인문화론 등으로 매우 전방위적이다. 그가 최근 펴낸 `섹스 마인드'(황금가지 간)는 그런 글쓰기 과정에서 열매를 맺은 과일 가운데 하나다.
그는 이 책에서 서술되는 대부분 문장의 주어로 활약한다. 30대의 남성으로서 자신이 짐처럼 이고 살아야 하는 일그러진 이성관과 죄의식을 뒤집어 보이는가 하면, 인류 최초의 반역자요 금기를 깨부순 인물로 이브를 칭송한다.
도처에 포르노와 창녀가 키워드로 출몰하는가 하면, 여성이 남성에게 몸을 바치는 것으로 세뇌돼 있는 순결이데올로기의 더러운 정체가 까발겨진다.
그리고 그는 질문한다.
"계약결혼, 혼전동거, 프리섹스, 레저섹스, 동성애 등은 기존의 결혼제도를 위협하는 새로운 성생활의 양상들로 공격당합니다. 그러나 과연 이런 양상들이 조선시대의 축첩제도나 순결 때문에 자살을 하도록 방조하는 그 `미풍양속'보다 더 추한 것일까요?"
그는 요즘 중고생 등 청소년들이 읽을 수 있는 성에 관한 책을 한권 준비중이다. 성과 섹스에 관한 생물학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성에 관한 올바른 태도와 의식, 관념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