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폐광이 관광동굴로 대변신
기사입력 1997년 06월 06일 13시 51분
어두컴컴한 굴속에 들어서니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굴속 평균 기온이 섭씨 10∼14도. 웃옷까지 입었는데도 춥다는 느낌이 든다.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통로에 가파른 내리막이 이어지는 자연동굴과 달리 대형 트럭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굴이 넓고 길도 편편하다.
석회동굴처럼 석순과 종유석이 빚어낸 신비로움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평범한 열차 터널처럼 길게 뻥 뚫려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경남 울산시 울주구 삼남면 언양 자수정 동굴나라. 한때 세계 최대의 자수정 생산지였다가 폐광된 후 관광동굴로 탈바꿈했다.
굴삭기로 암벽을 뚫은 인공 동굴 곳곳에 자수정을 전시한 자수정관, 독도를 축소해놓은 독도관, 인류 변천사관, 조각관 등 각종 볼거리를 전시해 관광객을 끌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그림도 걸려있다.
굴 중간지점의 자수정 전시공간에는 처음 자수정을 발견한 곳이 보존돼 있다. 지름 1m가 넘는 거대한 자수정을 빼내 생긴 공간의 맨 위쪽에는 아직도 자수정 원석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곳은 폐광을 성공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은 다음부터 태백시 등 폐광이 많은 지방 자치단체들의 필수 견학코스이기도 하다.
매년 굴직한 기획행사가 열리는데 요즘엔 `지상 최후의 원시인 동굴 생활전'이 10월3일까지 열리고 있다.
동굴 곳곳에 인도네시아 이리안 자야 다니족의 전통가옥과 전사의 무덤, 전통 생활양식을 생생하게 꾸며 놓았으며 전통 풍물도 전시해 놓았다. 돼지우리에는 돼지 한마리가 꿀꿀거리며 먹이를 찾고 있다.
굴 중앙의 원형공연장에는 8명(남녀 각 4명)의 원주민들이 민속공연을 펼치고 있다.
공연장 앞에는 원주민들을 위해 숯불을 피워놓았다. 개관시간 내내 굴속에 있어야 하는 원주민들이 춥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잘 적응하고 있단다.
굴길이는 약 1㎞. 동굴속 전시물들을 둘러보는 시간은 약 30여분. 원주민 공연까지 보면 50여분이 걸린다. 입장료는 어른 5천원.
자수정 동굴 입구에는 범퍼카, 바이킹 등이 있는 소규모 놀이시설과 잔디썰매장이 있다.
○-주변 관광지＝10여분 거리에 양산 통도사와 부산_경남지역 최대 놀이공원인 양산 통도 판타지아, 영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영취산이 있다.
○-가는길＝경부고속도로 언양 또는 통도사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36번 국도를 언양과 통도사 중간지점에 진입로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