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질투의 화신 (3)

기사입력 1997년 06월 06일 13시 51분


허원행과 이기자의 대화는 포항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허화평 의원은 현재 포항 시민들의 반(反) YS 상징인물로 되어있다. 그래서 옥중출마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그를 당선시켰다.

하지만 정부에서 실형을 선고하면 어쩔 수 없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같은 설움을 나눈 허화평 의원이 이기택 총재보다는 박회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박태준과 이기택의 대결.'

이것은 차후 보궐선거에서 보일 대결양상이다. 신한국당의 이병석 지구당 위원장이 있고, 자민련의 최종태 위원장이 있다.

이 위원장은 당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출마하겠지만 정당 구조상 후보를 내지 못할 자민련은 최위원장을 다독거려 출마를 다음 기회로 미루게 할 것이다.

또 이기택 박태준 양 거물이 출마하면 누구에겐가 조직을 양보하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다. 결국 `이병석 이기택 박태준이 격돌하겠지만 빅2는 역시 이기택과 박태준이 될 것이다.' 이것은 이종민의 예리한 분석이다.

둘중 누가 당선되어도 대통령으로 출마할 힘이 있는 사람이다.

"그럼 두분 중 누가 당선 가능성이 높을거 같아."

"소장님. 사실 저는 아무 것도 안하고 이번 대선전 정치예측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국회비서직을 내놓고 뛰었었죠. 하지만 그렇게 뛸 돈이 없었어요. 1년 가까이 취재하고 먹을 돈이 없어 기자로 취직한거예요. 대신 틀림없는 기사를 쓸거예요."

허원행이 머리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 여자라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월급 외에 충분한 취재비를 주어 마음껏 취재하고 기사를 쓰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 누가 승리할 것 같으냐니까."

"그야 뚜껑을 열어봐야 알죠. 물론 포항 하면 박태준 아닙니까. 그러나 이총재는 선거라면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 아닙니까. 박회장이 절대 마음 놓아서는 안된다는 거죠."

"그리고?"

"이총재가 당선되면 오히려 신한국당이 기뻐할 겁니다. 박회장이 당선되면 태풍이거든요. 참 얼마전 우리 `비젼21'에서 박회장님 크게 다뤘대요. 소장님은 왜 그랬어요."

"글쎄, 경제가 엉망이라 그런 경제통이 이 나라에 더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거지. 정당정치에 평생을 보낸 사람들은 왠지 좀 불안해 보여서."

"대통령한테 실망을 해서 그러겠죠. 소장님도 92년엔 YS 지지했죠."

"허허허 …그랬지. 열렬히 지지했지. 국민당의 정회장을 지지하던 어머니와 싸움까지 했으니까."

"네? 어머님이 정주영 회장님을 지지했다구요."

"그랬지. 그무렵 우리집은 겨우겨우 돈을 잡았을 때였어. 그러니 아파트 반값이라는 공약을 내건 정회장에게 호감을 갖는건 당연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