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선] 완창시리즈 1탄 '춘향가' 발표
기사입력 1997년 06월 05일 14시 17분
"나이가 들수록 판소리의 매력에 푹 빠져, 이제부터 죽어라 하고 소리를 하기로 작정했다"는 명창 안숙선씨(48)가 판소리 `춘향가'(악 레이블) 완창음반을 냈다.
자신이 죽고난 후에 후학들에게 우리 시대의 판소리가 어떠했는지 연구자료가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인 "일생일대의 중요한 작업"을 마친 것.
올해 안으로 `적벽가' `심청가', 내년 `수궁가' `흥보가' 등 판소리 다섯바탕을 전부 녹음하게 될 `완창시리즈'의 첫 결실이다.
6장의 CD로 이뤄진 이번 음반을 내기 위해 안씨는 지리산 화엄사 부근 연기암에서 한겨울을 지내며 한달간 목을 가다듬고 마음을 맑게 하는 소리공덕을 쌓았다.
한달에 최고 20회까지 공연을 펼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춘향가를 수없이 불렀지만 완창음반집은 이번이 처음.
고 만정 김소희씨의 제자로서 "스승에게 배운 그대로 불렀다"는 이번 `춘향가'는 정확한 가사전달과 깨끗한 고음처리가 가장 큰 매력. 송만갑제의 호방한 음악성과 정정렬제의 아기자기한 붙임새가 고루 조화를 이뤄 듣는 이의 귀를 잡아끈다.
특히 목젖에서 울려나오는 특유의 슬픈 계면조로 부르는 `이별가'는 절창으로 꼽힌다.
"판소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곳까지 가보고 싶다"는 그는 청소년들이 대중가요처럼 따라부를 수 있도록 사설이 순수 우리말로 된 창작판소리 음반도 구상하고 있다.
판소리를 세계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서양음악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달부터 서강대 성현경교수(국문학)와 미국 하와이대 이병원교수(비교음악학)에게 문학, 음악에 관한 개인교습을 3개월씩 받는다.
안씨는 "문학성이 기가 막히고 음악적 구조도 잘 짜여져 있어 평소에도 좋아하는데다 고향이 춘향골 남원이라서 애정이 더 각별하다"고 이번 음반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보형 문화재 전문위원의 감수로 사설, 주석이 첨부된 전곡 해설집(가사와 아니리)도 함께 삽입돼 있어 이해에 도움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