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용들의 전쟁 (8)
기사입력 1997년 06월 05일 14시 12분
패트롤카의 도움으로 곰보살과 킹콩한테서 벗어난 맘모스는 다행히 큰 부상을 하지는 않았지만 상태는 나빴다.
곰보살한테 물린 앞가슴과 킹콩한테 맞은 얼굴과 물린 다리에서는 피가 흘렀다.
불곰치고는 유난히 검은 털을 한 맘모스는 군데군데 피가 내비쳤다.
맘모스가 타고난 강골이어서 금방 일어났지 여느 곰 같았으면 병원으로 후송돼야 할 만큼 큰 상처였다.
킹콩과 1대1로 싸울 때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패트롤카가 맘모스를 위기에서 구해낸 것은 곰보살이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맘모스가 킹콩에게 졌다면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누군가는 사파리의 왕이 돼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곰보살의 도움으로 킹콩이 맘모스를 꺾는다면 진정한 왕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맘모스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사파리는 한동안 싸움이 끊이지 않을 게 분명했다.
사자와 호랑이 사파리와 곰 사파리를 관리하는 패트롤카는 언제나 그랬듯이 진짜 강한 자가 왕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래야 우수한 혈통을 가진 2세, 3세를 얻을 수 있다는 동물원의 실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킹콩이 그랬던 것처럼 사육사들의 극진한 간호를 받으며 충분한 회복기간을 가진 맘모스는 곧 사파리에 돌아왔다.
상처가 미처 아물지도 않았지만 암곰의 발정기가 시작되기 전에 왕권을 재집권해야 하는 맘모스는 가장 먼저 곰보살을 찾았다.
승부를 가리지 못한 킹콩을 먼저 꺾는 게 급했지만 비겁하게 자신이 탈진했을 때 덤빈 곰보살을 손보는 일이 더 급했다.
게다가 맘모스는 2년전 방심을 하다가 곰보살에게 왕권을 내줬던 쓰라린 경험도 있지 않은가.
곰보살은 맘모스가 없는 며칠 동안 마치 자신이 왕이라도 된 것처럼 목과 다리에 잔뜩 힘을 주고 돌아다니며 암곰들에게 환심을 사기에 바빴다.
물론 맘모스가 없어도 킹콩이라는 다크호스가 등장했지만 자신이 한번 도와준 적이 있는 만큼 적대감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왕이 갖는 최대 이권인 암곰 문제가 발생하면 몇마리 떼어주겠다는 정치적인 양보도 각오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