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허장희 8단 ●최명훈 5단
기사입력 1997년 06월 05일 14시 05분
프로세계에선 그만큼 승부도 중요하지만 기세에 눌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전보 백 △는 흑 82로 받아달라는 주문이었고 그 주문을 거슬러 역주문한 것이 흑 75.
즉 백 77로 뻗으면 그때 자연스레 흑 82로 보강하고 백 76에 가일수하면 선수를 뽑아 흑 `가'에 선행하겠다는 것.
여기까지 전보에서 언급한 바 있다.
여기서 백은 `그렇게는 못해주겠다'는 듯 76으로 젖혀 최강의 반발수를 들고 나왔다.
단 몇수의 응접이지만 프로의 기세와 기세가 보이지 않는 불꽃을 튀기는 장면이다.
그런데 백 76은 그 전에 중요한 수순을 하나 빼먹었다.
백은 76을 선택하기 전에 백 1로 흑의 응수를 묻는 것이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흑 2로 받아주면 5까지 처리한다.
그러면 다음 흑의 응수가 없는 모습.
A로 단수치는 것은 백 `B'. 우변 흑 말이 미생이라 이것은 흑이 안된다.
그렇다고 흑 C나 D로 물러서면 백은 언제든지 E로 살 수 있으므로 선수를 뽑고 좌하귀에 선행한다.
따라서 백 1에 흑은 2로 물러서는 정도.
그러면 5까지 백은 우변을 파헤친다.
다음 백 A면 실리도 클 뿐아니라 백 B면 아직 흑 말 전체가 미생인 모습.
즉 백은 A와 B를 맞보는 국면이 되어 단숨에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흑 77에 백 78로 뚫고 나갔으나 81로 우변 흑 말이 살고 보니 백으로선 싱겁게 되었다.
리고….
85＝△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