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日진출 박경화감독의 불명예퇴진
기사입력 1997년 06월 05일 13시 53분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지낸 박경화씨（58）가 이달초 일본 JFL（2부리그격） 오이타 트리니티의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취임한지 불과 6개월만이다.
건강이 좋지않아 `쉬고싶다'는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실제로는 성적부진에 따른 `해고'라는 것이 일본인 팀 관계자의 전언이다.
문정식 전 감독（현 협회 기술위원장）의 뒤를 이어 작년말 오이타로 건너간 박감독은 개막전 승리 후 내리 7연패, 팀이 5일 현재 1승7패로 16개팀중 14위로 떨어졌다.
작년 JFL로 승격하자마자 일약 중위권을 차지하며 `3년내 J리그 진출'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던 오이타로선 실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도자가 성적 부진 때문에 물러나는건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한국축구를 내려다보는 버릇이 생긴 일본인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된다는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한때 꽤 날리던 국가대표였고, 청소년대표팀 감독과 축구협회 기술위원장까지 지낸 인물이라면 한국축구의 자존심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사실 박감독이 오이타의 사령탑을 맡게된 과정부터 말이 많았다.
실력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오이타와 인연이 깊은 친형 박경호씨（전 프로연맹 경기위원장）의 후광을 입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박경호씨는 일본의 2002년 월드컵 개최도시로 선정된 오이타시의 월드컵 유치 자문위원이자 오이타팀의 한국인 고문으로 자처해왔다.
`일본내 한국팀'으로 불리는 오이타의 황보관（전 유공）, 최대식（전 LG）, 이우영（연세대 졸） 등을 한국에서 데려간 장본인이기도 하다.
결과야 어쨌든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고, 반대로 오이타로선 `이용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박씨가 일본과 가깝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우리와 2002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 일본과 가교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씨의 `일본지향'이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한국축구에 누（累）가 돼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박경화 감독의 `불명예 퇴진'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