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창 (1)] 다도해 1번지 목포항
기사입력 1997년 06월 04일 13시 43분
`목포만 항구다.'
개항 1백년을 맞아 목포의 토박이 예술가들은 `그리운 내고향, 목포는 항구다'가 아니라, `목포만 항구다'로 부르기로 했다.
다른 항구도시보다 규모도 작고 발전도 더뎠지만, `옛멋과 낭만을 간직하고 있는 연락선 항구는 목포항'뿐이라는 자부심 때문이란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던' 삼학도의 운치는 육지와 맞붙는 바람에 황폐해졌지만, 아직도 똑딱선 부둣가와 비린내나는 항구의 엘레지가 남아 있어서 그들은 `목포만 항구'라고 소리치는 것이다.
목포를 지키는 바다시인 명기환씨(54． 덕인고 교사)는 "예술혼이 넘치고 사람사는 맛이 나는 아름다운 항구"라고 목포를 자랑했다.
그는 또 "나폴리가 세계의 미항으로 꼽히는 까닭은 항구 풍경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외로움과 오랜 항해에 지친 뱃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었던 항구사람의 인정 때문이었다"면서, 목포도 나폴리못잖게 인심이 푸짐한 항구라고 강조했다.
다도해 1번지, 목포항은 앞선창과 뒷개(북항)로 나눠져 있다.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로 떠나는 연락선은 앞선창 여객선터미널에서 주로 떠나고, 유달산 북쪽에 있는 뒷개에선 압해도 등 가까운 섬으로 화물차량과 사람을 실어나르는 철선들이 쉬지않고 들락거린다.
`삼학도 파도깊이 스며들었던' 목포 앞선창에는 고기잡이배들과 여객선들이 들락거리고, 유달산 북쪽에 있는 뒷개에선 압해도 등 가까운 섬으로 떠나는 카페리 철선들이 뱃고동을 울린다.
어디나 그렇듯, 목포항 여객선 선창 부근도 어수선하고 질퍽거린다.
출신지 섬마을 이름을 딴 음식점과 선술집, 멀미약 드링크가 잘팔리는 약국과 낚시점들, 폭풍주의보만 내리면 발묶인 섬사람들 때문에 빈 방이 없는 여관과 여인숙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은 거리엔 삶의 활기가 비늘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유달산도 좋고 영산호도 있지만, 목포는 자랑스런 섬들이 많아서 무엇보다 멋지다.
전남 지역에는 1천696개의 섬들이 있다. 목포 앞바다, 신안군의 섬만도 829개(유인도 79개)나 된다.
그리운 사람끼리 찾는다는 압해도, 높을 고 아래 하 충무공의 병영터였던 고하도, 외로운 섬 외달도, 말이 없어 눌도라 불렀다는 율도, 모래산 경치가 특이한 우이도, 육지가 그리워 검게 타버린 흑산도, 그리고 또하나 붉은 진주섬 홍도….
▲목포항 크루즈＝목포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신진해운 카페리호를 타고 70리 바닷길을 누비며 고하 외달 달리 등 8개의 섬들을 돌아보는 당일치기 크루즈. 하루 6회 운항. 1시간 50분 걸리며, 요금은 5천200원. 0631－44－0522
▲기념관 순례＝목포시내에서 박화성문학기념관 남농기념관 해양유물전시관 조각공원 난공원 등을 둘러본 다음 해남땅에 있는 고산 윤선도 유적지와 땅끝마을을 찾아나선다. 해양유물전시관(0631－78－4271)
▲역사 기행＝목포를 지켜보는 유달산 노적봉, 이순신장군이 108일 동안 진을 쳤다는 고하도, 왕인박사유적지, 정다산 유적지, 강진의 청자도요지 등을 답사하는 테마여행 코스도 있다. 목포시청 관광안내(0631－76－8532)
목포의 먹거리－짱뚱어탕
인천 앞바다에 망둥어가 뛴다면 다도해 뻘밭에선 짱뚱어가 설친다.
목포에선 예부터 홍탁, 세발낙지, 민어를 `3미'로 꼽았지만, 얼큰하고 구수한 짱뚱어탕 맛도 빼놓을 수없다.
짱뚱어란 메기와 비슷하게 생긴 바닷고기로 지도 해제 벌교의 뻘밭에서 주로 잡힌다.
목포 대불공단 지나서 있는 쌍둥이가든(0693－72－5637)은 이 지방에서도 몇집 안되는 짱뚱어탕(7천원) 전문집이다.
쌍둥이를 포함해 딸 넷에 막내아들을 둬 딸딸이, 쌍둥이 엄마로 불리는 이집 안주인은 고사리 들깨 호박 깻잎 등과 갖은 양념을 넣은 짱뚱어탕을 11년째 끓여왔다. 물좋은 짱뚱어를 푹삶은 다음 추어탕처럼 갈아서 끓여내는 맛이 일품이다.
짱뚱어구이와 미꾸라지튀김은 술안주로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