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마음 비우니 맞네요'
기사입력 1997년 06월 03일 15시 09분
"진작 그렇게 좀 하지…."
현대 김재박감독은 이숭용（26）만 쳐다보면 혀를 끌끌 찬다.
시즌초부터 지금처럼만 해줬더라면 팀순위가 바닥을 기는 `험한 꼴'은 보지 않아도 됐을텐데.
바꿔 말하면 이숭용이 살아나서 이제 한시름 덜었다는 얘기다.
허리부상으로 박재홍이 빠지고, 김경기도 없지만 오히려 팀은 시즌 첫 5연승으로 더 잘나가고 있다.
유일하게 남은 클린업트리오의 1명인 이숭용이 펄펄 날며 중심을 딱 잡아주고 있기 때문.
이숭용은 지난주 4게임에서 타율 5할8푼3리（12타수 7안타）로 전체 1위에 올랐다.
비로 2게임이 취소된게 가슴 아플 뿐이었다.
극심한 부진으로 지난달 25일 삼성전서 선발에 빠졌다가 5회초 대타로 나가 우익선상 3루타를 때려낸 이후 감을 찾기 시작했다.
"특별히 달라진건 없어요. 너무 안 맞으니까 체념하고 타석에 섰는데 오히려 그러니까 잘 맞네요."
한때 1할대까지 갔던 타율이 어느새 2할8푼3리까지 불쑥 솟아올랐다.
한달 넘게 슬럼프에서 질퍽거릴 때는 안해본 짓이 없었다.
임팩트 순간 공을 때리지 못하고 민다는 지적에 따라 수건을 늘어뜨려 놓고 치기도 했다.
왼쪽 다리가 구부러지면서 힘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윙훈련때 코치들이 쭈그리고 앉아 방망이로 무릎을 밀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그 모든 기술적인 문제보다 마음을 가볍게 먹은 것이 진짜 열쇠가 됐다.
팀이 살려면 역시 `해야 될 사람'이 해줘야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