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아! 현실과 이상의 차이여

기사입력 1997년 06월 03일 15시 09분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예상대로 98프랑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에 진출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일 아시아지역 6조 예선 최종전인 태국과의 경기는 수중전끝에 0대0으로 비겨 `옥에 티'를 남겼습니다.
이날 경기는 71년 9월 말레이시아와의 뮌헨 올림픽 예선전（0대1 패）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쉬운 탄성만 울렸습니다. 숱한 슈팅에도 태국의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은 것입니다.

◇…대표팀 차범근 감독은 어떤 평가를 하고 있습니까.

◇…차범근 감독은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대 수준은 높은데 선수들의 기량이나 자세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지요.
차감독은 과거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 `갈색폭격기'라는 명성에 걸맞게 훈련시에도 호나우도（19．브라질）를 비롯한 세계적인 스타들을 거명하며 후배들을 독려하고 있는데 선수들이 몹시 힘겨워한다는 소문입니다.
차감독은 "우리가 운동할때는 아프다고 훈련을 쉬겠다는 말을 감히 꺼내지 못했다"며 선수들의 정신력을 질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선수들은 "감독이 너무 고충을 몰라준다"며 나름대로 섭섭해 하고 있습니다.
수비수 이상헌이 최근 차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일시 대표팀을 떠나게 된 것도 이같은 미묘한 입장차이가 드러낸 단면이라고 생각됩니다.
더욱이 선수들은 원칙주의자인 차감독에게서 조금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기 원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차감독이나 선수들이 조금씩 양보를 해야 최종예선까지 순탄한 항해를 하게 되지 않을까요.

◇…2002년 월드컵을 외곽에서 지원할 `월드컵 문화시민운동추진협의회'가 지난달 31일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 출범했습니다.
2002월드컵을 단순한 스포츠제전으로서가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것입니다.
전(前)국무총리인 이영덕（71） 정신문화원장이 초대 회장으로 추대됐는데 이회장의 축구에 대한 안목과 열정이 보통이 아닙니다.
이회장은 서울대 교수로 재직중이었던 지난 60년대에 2∼3년간 서울대 축구팀 감독으로 활약할 만큼 해박한 축구지식을 갖추었고 요즘도 국제경기는 빼놓지 않을 정도로 열성적인 축구팬이랍니다.
지난달 21일 벌어진 한－일전도 지켜봤다는 이회장은 "단순히 지고 이기는 승부보다는 양벤치의 전술이나 전략 싸움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경기를 지켜봤다"고 말하더군요.

◇…`남쪽나라' 제주도에서 전지 훈련중인 한국청소년（19세 이하）축구팀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오는 16일부터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열리는 97세계청소년축구대회를 앞두고 지난달 26일부터 제주도 서귀포에서 훈련중인 청소년팀이 제주도 축구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지요.
청소년팀이 묵고 있는 서귀포 KAL호텔에는 매일 선수들을 격려하는 전화가 쇄도하는가 하면 훈련장을 오갈 때마다 청소년축구팀을 알아차린 현지 주민들의 환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청소년팀은 지난달 13일부터 약 1주일 동안 이미 한차례 제주도에서 훈련을 한 바 있어 제주팬들에게는 꽤 낯이 익은 모양입니다.
일부 팬들은 지난 83년 멕시코 4강 신화의 감회를 떠올리며 "이번에는 결승전까지 올라가자"고 한껏 욕심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요즘 프로축구연맹 사무실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올해 벌써 3명의 직원을 충원, 상주직원이 사무총장 포함, 15명으로 늘었습니다.
올초만 하더라도 썰렁하던 사무실이 새로 온 직원들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지요.
올해 채용된 직원들은 전산화를 책임질 이선영씨와 국제업무담당 김혜수대리, 대외적인 섭외업무를 담당할 정갑채과장 등으로 그동안 프로축구연맹이 취약했던 부분을 책임질 요원들입니다.
특히 이선영씨는 연맹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경기기록을 완전 전산화하는 등 거의 두달여 동안 혁혁한 전과（?）를 올려 연맹내 최고 재주꾼으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들 신입직원들과 함께 프로연맹이 어떻게 새롭게 태어나는가 하는 것이겠지요.

◇…울산 현대에 `좌춘호－우영국'이 떴다는군요. 좌춘호는 홍보를 담당한 서춘호대리이고 우영국은 주무인 김영국대리입니다.
작년까지 주무를 맡았던 서대리와 태권도 선수 출신인 김대리는 운동선수들의 특성을 그 누구보다도 빠른 순발력으로 파악하는데다 행정실무도 밝아 구단과 선수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100％ 하고 있다는 평입니다.
특히 현대자동차 3만여 임직원과 선수들이 자매결연한 이후 팀 홍보와 선수단의 팀워크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졌다는 내부판단입니다.
지난 4월 불의의 공상으로 3주간이나 출근하지 못한 이철근 사무국장이 "좌춘호와 우영국 때문에 부담이 적다"고 말할 정도로 이들은 울산에서 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