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야구보기] 몸쪽높은공이
기사입력 1997년 06월 02일 15시 00분
야구선수들은 골프를 우습게 본다.
떠오르고 가라앉고 휘어지는 `살아있는 공'도 때리는데 가만히 있는 `죽은 공'을 무엇때문에 못때리느냐는 것이 쉽게 보는 이유다.
그러나 막상 골프채를 잡고 보면 그들의 말은 `객기가 다분한 큰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야구선수들은 다른 종목의 운동선수들보다 골프를 빨리 익힌다.
공을 끝까지 보고 방망이로 스윙을 통해 맞힌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훨씬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정도 수준까지 오르고 나면 `살아있는 공'을 치는 것보다 `죽은 공'을 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한다.
"홈런을 허용한 볼은 몸쪽 높은 직구였다."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높게 컨트롤되어 홈런을 맞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LA 다저스 박찬호에게 왜 홈런을 맞았는가를 물러보면 영락없이 높은 볼을 던졌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박찬호가 올시즌 맞은 8개의 홈런은 하나같이 높은 공이었다.
국내 경기에서도 높은 볼은 홈런 제조공장이다.
지난주 연타석 홈런을 때린 해태 이호성은 스트라이크존에서 적어도 20㎝ 높은 공을 통타했고 `구원불패'라는 LG 이상훈을 두들겨 올시즌 첫 패전으로 만든 삼성 류중일의 결승 홈런 역시 몸쪽 높은 공이었다.
현대 하득인이 지난달 18일 인천 한화전에서 작년 MVP 구대성을 두들긴 역전 결승 3점 홈런도 몸쪽 높은 공이었다.
높은 공을 타자들이 잘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사람이 사물을 볼 수 있는 가시각도는 좌우로는 120∼150도이고 상하로는 130∼150도이다.
따라서 높은 공은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낮은 공은 눈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반응속도'가 늦을수 밖에 없다.
`죽은 공'을 때리는 골프가 어려운 것도 눈에서 먼 땅바닥에 있는 공을 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운동도 마찬가지겠지만 야구에서 `눈'의 역할은 대단하다.
움직이는 공의 속도와 위치 등을 정확히 감지해 운동 명령을 내리는 왼쪽 뇌에 전달하는 운동의 1차적인 과정을 해내는 것이 바로 눈이다.
움직이는 공이 어떤지역을 통과할때 이에 맞춰 반응을 하고 명령을 내리는 것을 책임지는 것은 왼쪽 뇌이다.
만일 눈이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잘못된 정보를 전하면 작은 뇌도 오차를 일으키게 된다.
야구의 타자들이 헛스윙을 하는 경우도 모두 `눈'이 정보를 잘못 전달해 `시간의 오차'가 생겼기 때문이다.
더욱이 눈은 가까이 있는 높은 공을 좀 더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어 작은 뇌에 전달하는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작은 뇌는 정확한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정교한 타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높은 공을 때릴때는 몸의 중심선을 유지해 안정된 자세로 타격을 할 수 있지만 낮은 볼을 맞힐때는 몸의 중심선이 깨져 불안정한 자세가 되는 것도 높은 공이 타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타자들은 홈런과 안타 공장인 높은 볼을 노리고 투수들은 낮은 공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