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정평] 강속구 코너웍 일품 - 설익은 커브 아쉬워
기사입력 1997년 06월 02일 14시 53분
박찬호의 효과적이고 영리한 투구가 돋보인 일전이었다.
2일 카디널스전에서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통산 한 게임 가장 많은 9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6⅔ 이닝 동안 1점만을 내주며 올 시즌 4승째를 거뒀다.
28명의 타자중 19명을 초구 스트라이크로 시작했고, 홈런을 허용하지 않았다.
풀카운트까지 간 것도 4번뿐이었다.
강속구는 구위도 좋았지만 위치 변화가 돋보였다.
좌타자 상대로는 바깥쪽 꽉찬 직구가 제대로 먹혔고, 몸쪽 과감한 투구도 상대 타자들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잘 떨어지지 않은 커브를 너무 자주 사용한 것이 흠이라면 흠.
9안타중 제대로 맞은 것이 6개였는데 4개가 커브볼로 허용한 안타였다.
높은 커브볼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아 치기 쉬운 투구가 된 경우가 많았으나 장타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나 위기마다 박찬호는 과감한 승부로 삼진을 잡아내며 카디널스의 반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3회말 2사 1, 2루에서 카디널스 최고의 타자 랭포드를 삼진으로 잡은 것은 이날의 백미.
랭포드는 부상에서 돌아온 5월 한달 27게임에서 6홈런 27타점을 기록한 좌타자로 볼카운트 2－2에서 박찬호의 바깥쪽 꽉찬 커브에 방망이도 휘두르지 못하고 덕아웃으로 물러났다.
박찬호는 또한 타석에서 두번이나 완벽한 희생 번트를 성공시켜 방망이질에도 능숙한 투수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다저스의 시즌 두번째 4연패 행진에 종지부를 찍는 완벽한 피칭을 해 해결사로 떠오른 박찬호에게도 이번 경기는 대단히 중요한 1승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