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주덕한-'프로백수' 이 남자가 사는법
기사입력 1997년 06월 02일 14시 41분
"초보백수는 만화가게나 비디오가게 주인과 막 말문을 튼 사람, 어중간한 백수는 주인 대신 가게를 봐주기도 하는 사람, 프로백수는 주인에게 어느때고 현금 4만∼5만원 정도는 빌릴 수 있는 사람. 길을 잘못 든 백수는 외상 때문에 가게 문턱에 들어서지도 못하는 사람입니다."
주덕한씨(30)는 초보백수에서 프로백수로 거듭날 수 있는 비법을 터득, 최근 `캔맥주를 마시며 생각해낸 인생을 즐기는 방법 170'이라는 책을 펴냈다.
"백수 생활 오래하다보니 절로 `시테크 전문가', `재테크 전문가'가 되더군요. 친구들 월급날만 챙겨도 매일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들어설 정도로 하루 해가 짧습니다."
바람부는 날은 법원에 가 공판을 방청하고, 찜통더위 때는 시원한 은행에서 각종 월간지를 탐독하고, 비오는 날은 백화점에 가 아이쇼핑을 하다 배가 출출하면 지하로 내려가 시식코너를 얼쩡거리고.
그는 1천원이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분위기 있는 커피숍을 5군데 이상 알고 있으며, 1천원으로 한끼를 때울 수 있는 식당을 20군데 이상 확보하고 있다고.
연극이나 뮤지컬을 공짜로 구경하는 비법도 훤히 꿰뚫고 있다.
그는 남보다 빠른 정보 습득을 위해 매일 인터넷에 접속하는 네티즌이기도 하다.
"백수라고 싼데만 찾아다니라는 법이 있나요. 마음만 먹으면 오렌지족 흉내도 얼마든지 낼 수 있습니다. 서울 홍대앞이나 압구정동의 신세대 카페 오프닝파티나 테마파티에 참석하면 공짜로 가무와 산해진미를 즐길 수가 있죠. 또 호텔 로비 의자에 앉아 몇시간씩 죽쳐도 뭐라고 하는 사람 하나 없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3∼4군데 회사를 다니다 어학연수를 위해 영국으로 갔으나 노는데 취미를 붙여 유럽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각국의 백수로부터 백수답게 사는 법을 배웠단다.
그는 책 서두에서 `만국의 백수들이여 단결하라'는 구호와 함께 던진 한마디. "백수라고 무시하지 마십시오. 당신도 어느날 갑자기 백수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