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서클] 먹는 道를 닦는 사람들-중앙개발 '식도동'
기사입력 1997년 06월 02일 14시 38분
"이번엔 뭘 먹으러 갈까?"
중앙개발의 `식도동'은 글자 그대로 먹는 도(道)를 닦는 사람들의 동아리다.
먹는 데 무슨 도가 있느냐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은 먹는 도를 모른다면 짐승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한다.
정회원은 12명밖에 되지 않지만 어떤 동아리보다 소수 정예로 똘똘 뭉쳐 있다.
회장을 맡은 박종기 에버랜드 식음팀 부장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과 이병철, 이건희 삼성그룹 전－현직 회장의 식탁을 책임졌던 요리사 출신.
박회장은 국내 궁중 요리의 최고 권위자일 뿐 아니라 차(茶)를 응용한 음식을 개발했고, 식도회에서는 주도에서 식탁 매너에 이르기까지 `교장 선생님' 역할을 단단히 한다.
또 4일 문을 여는 에버랜드 부설 조리학교 교장을 겸임하고 있는 정구점 호텔사업부장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유명 호텔 경력을 바탕으로 양식 요리와 양식 매너를 가르친다.
이밖에 케리비언 베이의 모든 음식을 책임 맡은 오기성 선임과장 등 에버랜드 식당의 지휘자들이 모두 식도회 회원이다.
그러나 순수 아마추어 회원들도 맛의 새로운 경지를 배우기 위해 문하생처럼 들어와 있다.
지난 2월 식도회는 경기도 용인의 토속음식점 `금성'에서 백숙과 손두부, 청국장, 코다리찜 등을 올려 놓고 창립총회를 가진 뒤 에버랜드 안의 알파인식당에서 양식 테이블 매너를 정식으로 익혔다.
월회비는 2만원이지만 회사에서 차량 지원과 동아리 활동을 위한 휴가를 인정하고 있어 먼 지방으로 원정 식도락을 즐길 예정이다.
또 정식 모임은 월 1회지만 누가 맛있는 곳을 개발하면 게릴라식으로 달려 간다.
"얼굴에서 가장 큰 게 입입니다. 입으로 문화를 흡수하는 셈이죠."
박회장의 독특한 먹는 철학처럼 `식도동'은 보다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올 가을에는 홍콩이나 일본 미국 등으로 해외 원정도 계획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