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치고...달리고... 원맨쇼
기사입력 1997년 06월 01일 15시 59분
역시 야구 천재였다.
지난달 31일 광주구장을 찾은 7천여 팬들은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비록 해태가 더블 헤더에서 2연패를 당하기는 했지만 야구 천재 이종범（27）의 화려한 원맨 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블 헤더 1차전.
첫 타석에서 깨끗한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고 투수의 폭투를 틈타 3루에 안착했다.
후속 타자의 안타에 여유있게 선취 득점.
4회에는 동점타까지 터뜨린다.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하지만 팀은 속절없이 지고 만다.
약이 올랐을까?
2차전서 야구 천재는 더욱 빛을 발한다.
3회말 1루수의 태그를 피하는 기막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번트 안타를 성공시키는 묘기까지 연출하며 4타수 4안타를 때려냈고 도루도 2개나 성공시켰다.
몸을 아끼지 않은 허슬 플레이로 허리띠가 3번이나 끊어져 버릴 정도였다.
더블 헤더 2경기에서 9타수 6안타 도루 3개 2타점 3득점을 올리는 맹활약.
마치 이종범 대 현대의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조계현 이강철 등 에이스를 투입하고도 연패를 당해 자칫 가라앉을 수도 있는 팀 분위기지만 이종범의 고감도 방망이는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한때 2할8푼1리까지 떨어졌던 타율도 치솟아 5월 31일 현재 3할4푼6리（159타수 55안타）로 타격 4위.
시즌 초반 잇단 실책과 16타수 연속 무안타의 수모를 당하며 야구 천재의 명성에 흠집을 낼 뻔한 이종범이 자존심 회복을 선언하고 무제한의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