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男핸드볼 비인기 설움 언제까지
기사입력 1997년 06월 01일 15시 59분
한국남자핸드볼이 이번 대회에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8강에 오른 것은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딛고 이룬 값진 결실이다.
남자핸드볼은 국내에서 인기 스포츠종목과 올림픽 2연패（連覇）를 이룩한 여자핸드볼의 그늘에 가린 채 철저히 냉대를 받아왔다.
90년대들어 스포츠팀 창단이 러시를 이루는 가운데 타종목의 선수들이 억대의 스카우트비를 받으며 `장미빛 미래'를 약속 받았지만 남자핸드볼만은 생계를 걱정하며 `눈물젖은 빵'을 곱씹어야 했다.
일부종목의 스타들이 스카우트비에 불만을 토하면서 법정싸움까지 불사하는 것을 보며 남자핸드볼선수들은 `배부른 자의 여유'라며 부러워했다.
오로지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실업팀 두산경월에 입단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치열한 경쟁뿐이었다.
그러나 국내 실업팀에 입단한 `선택받은 선수'도 1천500만원대의 박봉에다 판촉근무와 훈련을 하루씩 반복하는 격일제 근무를 치러내야 한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한국선수들은 유럽 일본선수들을 바라보며 더욱 초라한 자신들의 처지를 피부로 느꼈다.
몇몇 유럽팀들이 전세기로 이동하는가 하면 전경기가 유럽과 일본전역에 생중계되는 것을 보면서 한국선수들은 자신들의 경기가 한번도 국내에 TV중계되지 않은 사실에 심한 박탈감을 맛봐야 했다.
"제가 빛을 보지 않아도 상관이 없어요. 하지만 앞으로 저와 똑같은 길을 걸을 지 모를 후배들이라도 우리보다 나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유고를 꺾고 세계 8강에 오르던 날 감격의 눈물을 훔치면서 내뱉은 한 선수의 목메인 한마디엔 비인기 종목으로 천대받는 남자핸드볼 선수들의 응어리진 한（恨）이 담겨져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