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상] 북극곰 일등 사냥꾼
기사입력 1997년 06월 01일 15시 59분
"이거 큰일이구만. 카자코프, 12번을 철저히 블로킹해！"
97월드리그 국제남자 배구대회 예선 C조 한국과 러시아의 1차전이 열린 31일 잠실 실내체육관.
한국팀에 15－12로 첫세트를 내준 러시아 선수들이 벤치로 돌아오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플라토노프 감독이 키 2m17의 센터 알렉세이 카자코프에게 `12번 봉쇄령'을 내렸다.
하지만 대회 최장신 선수인 그도 1m90에 불과한 `12번'을 마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96애틀란타 올림픽 4위, 96월드리그 3위팀인 배구강국 러시아를 쩔쩔매게 했던 `12번'은 바로 박희상（25．대한항공）이었다.
박이 지난달 31일 경기서 거둔 성적은 12득점 17득권으로 한국팀의 97월드리그 개인 최다킬（득점+득권）기록.
박희상은 세계배구 왕중왕전인 월드리그와 인연이 깊다.
94대회서 한국의 왼쪽 공격수로 뛰면서 서브리시브까지 도맡아 `리시브왕'으로 선정된 것.
그의 장기는 넓은 시야를 활용,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어 내리꽂는 오픈공격이다.
이번 러시아전에서도 상대 수비수들의 블로킹이 김세진 신진식에게 집중된 것을 간파, 고비때마다 득점타를 날려 4연패의 한국에 귀중한 첫승을 안겨줬다.
인천 서흥초등학교 5년때부터 배구를 시작한 그는 인하부고 인하대 대한항공을 거치면서 주니어대표（89년） 청소년대표（90∼91년） 유니버시아드 대표（91년） 등 배구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국가대표는 지난 93년에 발탁돼 올해로 5년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