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몬도가네식 보약먹기 고역
기사입력 1997년 05월 31일 15시 31분
`경주마는 몬도가네?'
경주마들은 뭘 먹고 살까.
주식은 물론 겉보리, 밀기울, 알팔파 등 식물성이다. 말은 초식 동물이어서 육류는 먹지 못하며 억지로 먹이더라도 소화를 시키지 못하기 때문.
그러나 출전을 앞둔 과천 경마장의 경주마들은 대부분 고기를 먹어야 한다.
상당수의 조교사들이 말에게 고기를 먹이면 투지가 되살아나면서 전에 볼 수 없던 스피드를 낸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상 경주에 출전하는 경주마들은 출전 1∼2개월 전부터 예외없이 육식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교사들 사이에 `보약'으로 통하는 육식에는 계란, 분유, 생닭처럼 흔히 구할 수 있는 것부터 토룡탕（지렁이 탕）, 뱀가루, 개의 생간（生肝） 등 혐오 식품까지 포함된다.
지난달 18일 무궁화배 대상 경주에서 `훌라밍고' `지구력' 등을 제치고 우승, 파란을 일으켰던 `바다'는 경주 직전까지 수차례에 걸쳐 개의 생간을 찧은 뒤 마늘과 참기름에 개어 먹었다.
지난달 4일 스포츠조선배를 석권, 복승식에 227.8배를 터뜨린 `대해'는 녹용을 장기 복용, 뒷심을 길러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해 최우수 경주마로 선정된 `훌라밍고'는 그랑프리 대상 경주를 앞두고 상당 기간 뱀가루를 먹었고 올초 파죽의 4연승을 거뒀던 `이씨네'는 찹쌀 가루에 분유를 타서 먹기도 했다.
육식을 먹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안 먹겠다고 비명을 지르는 말의 혀를 잡아 당겨 입을 강제로 벌린 뒤 대롱을 통해 쏟아 넣으면 된다는 것.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마필 관리사는 "조교사들마다 선호하는 육식이 다르지만 가장 많이 애용되는 것은 뱀가루"라며 "지난해에는 독 없는 뱀을 산채로 먹인 적도 있다"고 털어 놨다.
그러나 말에게 육식을 강요하는 것은 경주마 보호 차원에서도 결코 이롭지 못하다는 게 수의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육식의 소화 흡수 능력이 없어 장염을 일으키거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는 것.
마사회 진료팀의 양영진 계장（수의사）은 "말에게 육식을 먹이는 것은 주술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성적 향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경주마 육식 관행은 일제 시대부터 내려온 악습인 만큼 하루 빨리 청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