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효] '아직 팔팔한데 은퇴라니요?'
기사입력 1997년 05월 31일 15시 15분
`한국의 로저 밀러가 되겠다.'
프로축구 최고참 윤성효（尹星孝．35．수원 삼성）가 은퇴라는 단어를 뇌리에서 지워버렸다.
마흔두살까지 월드컵 그라운드를 누빈 카메룬의 로저 밀러（45）처럼 한국축구사에 `최고령 선수'로 당당히 남겠다는 각오다.
62년 5월18일생. 한국나이로 서른여섯. 축구선수로서는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그라운드에 대한 그의 애착은 끝이 없다.
교체선수로 간간이 뛰어야할 나이임에도 작년시즌 팀내 최다출전（총 40게임중 34게임） 기록을 세웠고, 올 들어서도 팀당 16게임을 치르는 동안 14게임에서 전후반 90분을 소화해 냈다.그것도 체력부담이 가장 많은 편인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골과는 거리가 먼 포지션이면서도 작년 시즌에는 고비마다 한방씩을 해내며 5골－1어시스트의 활약을 했고, 올들어서도 1골－1어시스트를 기록중이다.
1m72, 62㎏. 어딜 봐도 위협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노련미에서 나오는 볼처리 능력만은 국내 1인자로 손색이 없다.
게다가 상대 공격의 진로를 예측하는 능력이나 허를 찌르는 패싱력은 그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이제야 축구의 묘미를 조금씩 알 것 같아요. 경기만 다가오면 흥분이 되는데 어떻게 은퇴를 합니까."
어쩌면 한번도 제대로 꽃피워보지 못한 프로인생 때문인도 모른다.
동래고－연세대를 거쳐 86년 한일은행에서 프로생활을 시작, 포항제철（87∼93년）과 대우（94∼95년）에 10년간 몸을 담았지만 두차례 무릎수술을 받으면서 `눈칫밥'을 먹어야 했던게 그 얼마이던가.
그러나 동래고와 한일은행 시절 은사인 김 호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추면서 윤성효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주장도 트레이너라는 무게도 그의 출전의지를 꺾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