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 눈에 띄진 않지만 '약손'
기사입력 1997년 05월 31일 14시 34분
백조는 꼼짝도 안 하는것 같은데도 물위를 미끄러지듯 헤엄쳐 다닌다.
백조가 우아하게 헤엄을 칠 수 있는 것은 물밑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갈퀴발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 박진만（21）은 바로 백조의 발과 같은 존재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가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팀이 앞으로 나갈 수 있다.
박진만이 9번 자리에 숨어서 똑딱똑딱 얄밉게 방망이를 치고 수비도 예쁘게 해줘야 팀성적이 오른다.
올시즌도 박진만의 바이오리듬은 현대의 팀운명과 맞물려 돌아간다.
상하위타선의 디딤돌인 박진만이 부실하자 공격이 연결될리 없었고 팀성적도 하룻밤 자고 일어나기가 무서웠다.
그러던 현대가 최근 시즌 2번째 3연승으로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박진만이 살아나고 난 뒤부터다.
최근 5게임에서 박진만은 타율 3할8리（13타수 4안타）에 2루타와 홈런이 각각 1개씩이다.
실속은 실속대로 챙기면서 희생번트 2개, 4사구 3개로 팀플레이에도 누구보다 충실했다.
시즌 초반 엉뚱한 실책을 종종 저질러 괜히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곤 했지만 타격 상승세와 함께 수비도 자세가 딱 잡혔다.
이제 막 손맛을 느낀 탓에 타율은 아직도 낯뜨거운 1할대（0.195）.
그러나 선배들이 "야구도 못 하는게 왜 웃고 다니냐"고 놀릴 때마다 "아직 시즌 안 끝났잖아요"하고 맞받아칠 만큼 자신감을 회복했다.
현대 타선의 `실세'가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