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죽었다] 또 다른 한국병 '성 차별' 고발
기사입력 1997년 05월 31일 14시 08분
"우리 기업들은, `여자채용 기피증'이 적지 않다. 또한 채용했더라도 대리까지는 괜찮지만 과장 이상은 곤란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 남성의 편견일 뿐이다."
조성관씨(37·조선일보 기자)가 쓴 충격보고서 `딸은 죽었다'(베스트셀러 간).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 있는 `여성차별 현상'을 고발하고 있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희망에 부푼 여대생들에게 꿈깨라, 재취업을 원하는 주부들에게 웃기는군, 성폭행을 고발하려는 여성들에게는 미쳤다고 하는 게 우리 사회다."
`여자가 공부를 해서 뭘해?' `아내의 이름은 없고 누구의 엄마만 있다' `성폭행당한 여성을 자살로 내모는 사회' `아버지의 폭언과 폭행에도 참기만 하는 어머니' 등.
우리 사회에는 미처 다 열거하지 못할 만큼 `여성차별의 현상'이 존재한다.
한때 여성의 입사조건을 `키 1@60이상, 몸무게 50㎏이하, 용모단정?'이라고 내건 기업도 있었다. 도대체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또 어디에 있나? 우리나라 여성들 사이엔 성형이 유행이다. 뷰티산업이 호황이다.
미국에선 영화배우 등 연예인들과 상류층 등 극소수만이 성형외과를 찾는다.
"왜, 우리 여성들은 `미(美)'에 과민반응하나? 아무리 똑똑해도 여자는 얼굴이 예쁘고 볼일이라는, `굴절된 미학 바이러스'에 감염된 때문이 아닐까."
언젠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남성 의원이 여성 의원에게 말했다.
`여자가 여자다워야지, 걸레같은 게 싸가지 없이….'
강기원 변호사는 말했다. 남성들이 여성을 칭찬하는 말중에는 여성을 무시하고 멸시하는 것도 적지 않다고. 그예로 `여자가 법대를 갔다' `여자가 고시에 붙다니…' 등을 들었다. 물론 이말 속엔 악의가 없다는 것도 안다고 했다.
"한국인의 정서 속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사고의 이중성이 유전인자 DNA처럼 이어져 내려 온다. 유부녀의 `연정'은 유죄고 유부남의 외도는 `무죄'인가?"
조성관씨는 우리의 경우 `남자와 여자의 할일'을 어려서부터 구분해 놓고 이 틀에 맞추는 교육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나에게 딸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책을 쓰지는 못했을 거다. 부정부패, 환경오염만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를 부끄럽게 만드는 게 아니다. 이것말고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대접을 못받는 우리 성차별 구조도 포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