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시간] 일본만화 흐름이 보인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31일 14시 08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지난 21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청소년에게 유해한 외국 복제간행물의 문제점과 대책' 세미나에서 밝혀진 내용들이다.
일본만화는 우리에게 두 얼굴로 다가온다. 폭력적, 선정적이라며 그 해악성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성토하려 한다. 세계최대의 만화왕국으로 자라난 그들의 성공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한수 배우자고 한다.
성토를 하든, 한수 배우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지피지기'다. 일본만화의 실상과 허상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
최근 나온 `만화의 시간'(글논 그림밭)은 일본의 현직 만화가인 이시카와 준(46)이 자신들의 만화를 분석한 만화평론서다.
그가 분석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상은 일본의 만화가 100명. 그들의 대표작과 작품세계를 분석한 글을 통독하고 나면 일본만화의 모습이 떠오른다.
현재 일본만화의 흐름과 주요 작가들의 면면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특히 행간마다 일본만화를 세계적인 문화상품, 수출 전략상품으로 끌어올린 비결들이 녹아들어 있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전후의 절망을 딛고 일본만화의 기틀을 닦아 사후 일본의 만화신으로 추앙받게 된 `아톰'의 작가 데스카 오사무에 대한 젊은 작가들의 반발과 저항을 읽으면 문제 투성이의 우리 만화계에도 한판의 선후배간 대전(大戰)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만화의 한 특징인 포르노, 섹스만화에 대해서도 저자는 너그러운 입장이다. 우리와는 정서가 다른 일본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만화를 용인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은 한번 읽어볼 만하다.
저자가 은밀하게 주장하는 `성공의 키워드'는 `재미'다. 만화와 만화산업이 성공하려면 재미있어야 한다는 메시지.
`블루시걸'과 `아마게돈'의 실패를 맛본 국내 만화산업계가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두 작품이 흥행에 참패한 이유는 결국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