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티크] 여성이 바라본 '비뚤린 성'
기사입력 1997년 05월 30일 15시 10분
3년전 칸영화제에서 특별초청작으로 상영돼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화 `에로티크'(Erotique)가 드디어 국내에 공개된다.(31일 중앙극장)
파격적이고 노골적인 정사장면의 묘사로 미국에서 `NC(No Children)_17'등급을 받은 데 이어 국내에서도 `외설'을 이유로 심의불가 판정을 받아 개봉이 보류됐다가 2년여만에 공개의 길이 열린 것.
특기할만한 사실은 세 가지의 에피소드가 각기 미국과 유럽, 그리고 홍콩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이를 연출한 감독들이 모두 그 지역 출신의 여성감독들이라는 점.
이를테면 3명의 여류감독들이 `섹스'라는 동일한 소재를 가지고 3개의 각기 다른 주제를 끌어낸 `3색 에로티시즘영화'인 셈이다.
미국의 리치 보덴이 연출한 1편 `섹스에 대해 이야기 합시다'(Let's Talk About)는 폰섹스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섹스에 대한 가식과 그릇된 환상을 풍자하고 있다.
독일 모니카 트뤼트 감독의 2편 `금지된 방'(Taboo Parlor)은 동성애를 이단으로 보는 보수적인 사회와 성욕을 남성의 전유물로 오인하는 남성중심의 사회에 반기를 든 레즈비언영화다.
또 홍콩의 클라라 로감독이 연출한 3편 `완탕스프'(Wonton Soup)는 섹스를 매개로 정체성을 회복해가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들 세편의 에피소드들은 전형적인 포르노그라피의 이야기구조로 되어 있으면서도 성의 주체를 남성에서 여성으로 인식전환시키는 등 왜곡된 성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 메시지 강한 에로티시즘 영화로서 높은 완성도를 평가받고 있다.
이번 국내 개봉에서는 헤어누드 등 직접적인 노출장면의 일부를 삭제해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