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 '하와이파'수장 아케보노 살아났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30일 14시 43분
일본스모 `하와이파의 수장(首長)' 아케보노(曙．28)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각종 스캔들과 부상으로 톱스타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던 요코즈나(橫綱．천하장사에 해당) 아케보노가 지난 25일 끝난 나쓰바쇼(夏場所)에서 대망의 우승컵을 안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가 공식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지난 95년 3월 하루바쇼(春場所) 이후 2년 2개월만이며 개인통산으로는 88년 3월 하와이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스모에 데뷔한 이래 9번째다.
그는 특히 같은 요코즈나이자 라이벌인 다카노하나(貴乃花)를 두번씩이나 도효(土俵．모래판에 해당)위에 쓰러뜨리며 패권을 탈환해 일본사람들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것으로 평가됐다.
대회 첫날 몽골출신의 신예 교쿠슈잔(旭鷲山)에 힘없이 무릎을 꿇어 불안한 스타트를 끊은 그는 6차전 상대인 무소야마(武雙山)에 다시 패해 우승은 일찌감치 물건너 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게 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이후부터 같은 하와이 출신의 무사시마루(武藏丸)와 오제키(大關．요코즈나 바로 밑의 지위)인 다카노나미(貴乃浪) 등 강적들을 차례로 누르고 연승가도를 질주해 14일째 경기를 마치고는 12승2패를 기록했다.
이때 다카노하나는 13승1패로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따라서 마지막 15일째 경기에서 아케보노가 다카노하나를 누르면 두 선수가 나란히 13승2패가 돼 패권을 가리기 위한 별도의 우승결정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반적인 예상으로는 다카노하나의 절대우세.
다카노하나는 아케보노에 비해 나이가 4살이나 적은데다 스모선수로는 절정에 오른 기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
체중이 219㎏인 아케보노는 경기시작을 알리는 다테교지(立行司．주심에 해당)의 군바이(軍配．심판이 들고 있는 부채모양의 나무판) 신호와 함께 34㎏이나 가벼운 다카노하나의 선제공격을 받았다.
도효(土俵．모래판에 해당)밖으로 밀려날 위기를 맞은 그는 1t짜리 자동차를 끌 수 있다는 괴력의 허리힘으로 1분동안이나 이를 버텨낸뒤 전광석화의 시다테나게(下手投．상대방 팔밑으로 손을 넣어 넘어뜨리기)로 다카노하나를 쓰러뜨려 우승결정전까지 끌고 갔다.
이 경기는 중계를 맡은 NHK(일본방송협회)에 의해 지난 45년 2차대전 종전후의 `명승부 베스트10'에 꼽혔을 만큼 승부가 나기까지의 과정이 `스릴만점'이었다.
5분뒤에 벌어진 우승결정전에서 아케보노는 방금전의 패배로 김이 빠진 다카노하나를 다시 10초만에 쓰러뜨려 대망의 우승컵을 안은 것.
작년 2월 오사카(大阪) 시내의 술집 `센(川)'에서 술을 마시던 도중 종업원을 폭행한 사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그로서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는 계기를 잡은 셈이다.
이같은 기쁨을 반영하듯 그는 장내 아나운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에 목메인 소리로 "하와이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전하는 것"이라고 대답해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