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日핸드볼 열기-선수층 부럽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30일 14시 15분
97세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에 서로 부러움을 사고 있는 두나라가 있다.
바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8강 신화를 이룬 한국과 주최국 일본이다.
한국이 비록 러시아에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등 쟁쟁한 유럽팀들을 연파하고 16강에 오른 뒤 동유럽의 강호 유고마저 꺾고 8강에 오르자 일본은 놀라움과 함께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본 핸드볼인들은 "한국이 아시아의 자존심을 살렸다"며 "한국이 아시아의 대표"라는 말을 서슴지 않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홈 이점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 패해 16강에서 탈락하자 한국을 부러워 하는 말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정작 두나라간에 부러움의 시선을 더 많이 보내고 있는 쪽은 한국이다.
한국선수단이 구마모토에서 놀란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구마모토라는 작은 도시에서 치러지고 있는 이번 대회의 규모다.
일본은 대회 유치에 60억엔（약 48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또 대회 유치와 운영비 말고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주경기장인 파크돔체육관 건립에만 90억엔（약 720억원）을 투입하는 등 모두 150억엔（1천200억원）의 거금을 쏟아부었다.
여기에 한국선수들이 더욱 부러워하는 것은 이곳 팬들의 열렬한 응원과 일본 핸드볼계의 두터운 선수층이다.
국내에서 100여명의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썰렁한' 경기를 해야 했던 선수들은 경기장을 가득메운 일본 관중들을 보고 입을 딱 벌리곤 한다.
또한 일본 핸드볼리그에 참가하는 실업팀만 50여개에 이른다는 것 또한 전혀 믿겨지지 않는 사실이다.
이는 남자실업팀이 오직 1개팀 뿐인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숫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3년도 안돼 일본이 우리를 따라잡고 말걸…."
한국선수단 22명 모두의 한결같은 우려의 반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