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경제가 어려우니 '부부사이'도 흔들
기사입력 1997년 05월 29일 15시 14분
`경기가 불황이면 부부생활도 불황（?）.'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불화를 겪는 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
가정법원의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신청된 이혼 및 위자료청구 소송은 4천20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천800여건에 비해 11％ 가량 증가했다.
이혼사건 신청건의 급격한 증가는 불경기의 골이 깊어지던 지난해 7월 1천건을 육박하며 시작됐다.
이후 지난해 겨울부터는 매월 평균 900여건을 크게 웃도는 신청건수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것.
이런 증가율은 이혼에만 국한된 것으로 혼인 취소, 혼인 무효 등의 가사사건까지 더하면 그 증가세는 더욱 크다는 것이 가정법원 가사과 관계자의 말이다.
상담업소들에 따르면 가정불화를 호소하는 상담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2∼3배 정도 늘었다.
표면적으로는 이혼신청을 하지 않지만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가정이 크게 증가했음을 실감케 하고 있는 것.
신세대 상담소의 송병창소장（35）은 "요즘 상담소를 찾는 사람은 사업상 고민을 토로하는 남성과 가정불화를 호소하는 여성이 각각 반반을 차지한다"며
"이혼을 생각중인 주부는 자녀를 갖기 전이나 자녀가 아직 어린 30대가 주류를 이룬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경기의 여파가 가정에까지 미치는 것은 남편들이 밖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그것을 그대로 집으로 가져오기 때문으로 카운셀러들은 풀이하고 있다.
이런 남편들은 당연히 아내나 자녀들에게 무관심하거나 짜증을 내게 마련이다.
실제로 가정불화로 상담소를 찾는 주부들은 소홀한 부부관계를 가장 많이 토로하고 있다.
최근 상담소를 찾은 박모씨（31·주부·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남편의 바깥일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가정에 대해 지나치게 무관심하다"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