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축소 지향(?)의 핸드볼선수 키
기사입력 1997년 05월 29일 14시 59분
`롱다리'를 선호하는 시대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키를 부풀려 말하게 마련이다.
특히 큰 키를 `재산목록 1호'로 여기는 종목의 선수들은 개인신상카드에 자신의 키를 1∼2㎝쯤 높여 적는 게 상식처럼 돼버렸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97세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선수들은 키를 조금이라도 줄이려 애쓰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한국핸드볼계의 최장신으로 알려진 윤경신（독일 굼머스바흐）은 기록상 2m3이지만 실제로는 2m5이다.
`전봇대 골키퍼' 이석형（아이슬란드 FH）도 1m95로 기록돼 있지만 사실은 1m97이 진짜 키다.
이석형의 키가 기록과 다르다는 것은 2m 높이의 골포스트에 머리가 스치는 사실에서 금방 눈치챌 수 있다.
또 1m92로 표기된 최현호（성균관대）는 1m95이고, 1m90으로 알려진 조치효（스위스 파디윈터투）도 2∼3㎝를 더 보태야 제 키가 나온다.
이같은 핸드볼 선수들의 행동은 신장을 조금이라도 늘리려 애쓰는 농구선수들로서는 전혀 이해 안가는 일.
국내 농구선수 가운데 최장신인 `골리앗' 서장훈은 기록상 2m7이지만 실제로는 2m5인 것으로 전해진다.
2m로 알려진 SBS의 표필상도 군입대 신체검사에서 1m98로 판정났다는 후문이다.
올해 첫선을 보인 외국용병들도 신장이 2∼3㎝ 가량 `뻥튀기'됐다는 것도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키를 높이려는 것이 농구를 비롯한 스포츠 세계의 일반적 생리이거늘 핸드볼선수들이 유독 키를 줄여 말하는 이유는 무얼까?
그것은 단지 `키 큰 괴물'로 불려지는 것을 싫어 해서다.
"인기스타가 아닌 경우 키가 크다고 알려질수록 장가들기 힘들다"는 어느 선수의 넋두리처럼 핸드볼선수들에게 큰 키는 일상생활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또 신체조건에 따라 몸값이 달라지는 농구 등 인기종목의 선수들과 달리 2∼3㎝ 쯤 줄여도 실업팀에서 받는 몸값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도 이들에게 숨겨진 `비애'중의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