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마음 비우니 공이 커보인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29일 14시 51분
"왕자병에 걸렸던 거죠."
긴 부진 끝에 제 모습을 찾은 현대 왼손타자 이숭용（26）의 소감이다.
지난 28일 인천 쌍방울전에서 연타석 2루타를 쳐내는 등 최근 3경기에서 5연타석 안타.
이가운데 홈런과 3루타가 각각 1개, 2루타 2개로 무시무시한 장거리포를 뿜어댔다.
28일 현재 타율 2할7푼4리로 타격 26위.
타율이 1할대까지 곤두박질쳤던 이숭용이 감을 잡은 것은 지난 25일 대구 삼성전.
5회 대타로 나가 엉덩이가 뒤로 빠진 자세에서 때린 공이 우익선상 3루타가 되자 작년에 비해 상체를 너무 세워 공과 시선과의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즌초에는 자세뿐 아니라 `현실과 이상'의 거리도 멀었다.
작년 타율 2할8푼에 12홈런을 치며 가능성을 보이자 주위에서는 `차세대 대표 좌타자'로 꼽았다.
지난 겨울 일본 프로야구 이치로의 시계추 타법을 도입하며 3할타율－20홈런을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포부가 당당했다.
하지만 투수들이 작년같이 좋은 공을 넙죽넙죽 던져줄 리 없었고 타격폼마저 바뀌어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한달새 몸무게가 7㎏까지 빠질 정도.
"그동안 너무 욕심을 부렸던 것같다. 아직도 타점이 8개 밖에 안되는데 자랑할 게 있는가."
성숙해지는 타격 솜씨만큼 날로 프로의 참 모습을 깨달아가는 이숭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