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김응용 감독과 '콜라승률'애환
기사입력 1997년 05월 29일 14시 51분
요즘 해태 김응용감독은 야구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있다.
구단 기록원인 박종하씨.
박씨를 부른 김감독은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1천원짜리 지폐를 한장 꺼내 건낸다.
멋적은듯 받아든 박씨가 부리나케 주변 매점으로 달려가 캔콜라 한통을 사와 김감독에게 전하면 김감독은 숨 돌림 틈 없이 들이킨다.
김감독이 경기전 콜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일 광주 LG전부터.
전날 LG에 4대15로 대패한 김감독이 부글부글 타오르는 속을 달래기 위해 콜라를 마셔 다음날 5대2로 승리를 거둔 이후 지금까지 20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캔콜라를 따고 있다.
김감독은 콜라를 마시는 이유에 대해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안정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다.
콜라를 마신 뒤로 왠지 모르게 승률이 엄청나게 높기 때문이다.
10일 이후로 15경기를 치러 무려 12승3패（승률 80％）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김감독이 매일 콜라를 찾자 박종하 기록원은 미리 경기전 감독자리에 갖다 놓을 생각도 했지만 김감독이 단호히 거부해 이뤄지지 못했다.
현장에서 직접 1천원짜리를 꺼내 사와야 `효험'이 발생한다고 믿는 까닭이다.
김감독이 하도 콜라를 마시자 주변에서 "몸에 좋지도 않은 콜라보다 차라리 녹차를 마시라"고 권유하기도 하지만 막무가내다.
김감독의 `콜라승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하루하루 승패에 살고죽는 프로야구 감독의 또다른 애환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