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소산의 몰락 (5)
기사입력 1997년 05월 29일 14시 51분
정치란 그렇다. 남이 연애하면 불륜이고 내가 연애하면 로맨스이다. 모두 자기 합리화와 이익을 위해 뛴다.
당 대표로 거론되었던 이한동은 `대권후보 포기' 때문에 당 대표를 사퇴했고, 이회창 고문은 `당 대표'에 등극하면서 대권후보 사퇴를 유보시켰다.
이한동 고문이 발끈했지만 이미 배는 물을 건너고 말았다.
신한국당 대표가 이홍구에서 이회창으로, 총리가 이수성에서 고건으로 바뀌었다. 말하자면 이홍구, 이수성 모두 대권후보에서 불리한 위치로 전락한 셈이다.
하지만 허원행의 시각은 조금 달랐다. `도대체 사이가 썩 매끄럽지 못한 이회창을 대통령이 왜 대표로 임명했을까. 감이 안잡힌다.
' 대부분 여론이 이렇게 의아해 하고 있을 때도 허원행은 `대통령의 카드'를 열심히 생각하고 있었다. `민주계 카드로 이수성을?' 대권후보 선출 때까지는 아직도 몇달의 여유가 있다.
한보사태 돌발로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통과의 여론이 죽어버렸다. 이 난국을 이대표에게 맡기고 최후의 대권후보는 이수성 전총리에게 맡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여권에서는 이회창 이수성, 야권에서는 DJP의 변수와 박태준의 차후 동향이 관건이다.'
정국이 이렇게 흐르는 동안 구속되었던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돈을 주었다는 소위 `정태수 리스트'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심재륜 중수부장은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정치거물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안먹었다던 `돈'이 입에서 꾸역꾸역 터져나왔다.
자신만만하던 김현철이 야권 정치인 고발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두했지만 풀죽은 모습으로 나타나 `고소취하'를 했고 대통령은 `접근금지'의 불호령을 내렸다.
그러나 여론은 악화만 되어갔다. `도대체 대통령 아들이 뭐냐. 그가 뭔데 국정을 농단하고 사조직을 만들고 돈을 물쓰듯 쓰느냐.'
`청문회에 세워라. 그리고 한보의 몸통임을 밝혀라.' `김현철이 15년후 대통령이 되겠다는 마스터 플랜을 계획하고 있었다.'
`측근 김기섭이 안기부 정보를 빼돌려 김현철에게 주었고 김현철은 이 리스트를 이용하여 자신의 측근들을 요직에 앉혔다.'
여론의 화살은 김현철을 향해 집중적으로 날아들었다. 여론의 화살은 김현철을 고슴도치로 만들었고, 그 오만하던 모습이 점점 핏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장국장은 완전히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고 그만큼 허원행은 용기를 얻었다. `봐라. 소산은 무너진다. 그렇다고 한보가 명명백백 들어나지도 않는다.
김현철은 끝내 국회청문회에 나서게 될 것이며 본인도 모르는 사이 구속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김현철에게 시선을 떼자. 앞으로는 대권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