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현대 '방망이 왕국 재건' 지옥훈련
기사입력 1997년 05월 28일 13시 49분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시꺼멓게 그을린 타자들이 웅성웅성 제 차례를 기다리기에 바쁘고 여기저기에서 타격음과 고함이 진동한다.
현대가 방망이를 살리기 위해 `지옥 훈련'을 시작했다.
김재박감독은 아예 유니폼을 벗어던지고 훈련복으로 갈아입었다.
배팅 케이지 뒤에서 타격폼을 지켜보는 코칭스태프는 3명.
분위기 쇄신을 위해 27일 2군에서 올라온 김무관 타격코치는 물론 김재박감독과 신언호 수석코치가 3각도에서 타자를 분석한다.
이들이 쳐놓은 저인망을 통과할 선수는 아무도 없다.
"오른쪽 발이 너무 빨리 나가잖아." "시선은 도대체 어디에 두는거야."
저쪽 한편에서는 기발한 타격 훈련이 벌어진다.
이름하여 `원 바운드' 훈련.
코치가 바닥에 튀겨준 공을 제대로 치려면 공을 끝까지 보는 집중력과 정확한 타이밍이 필요하다.
또 배팅 머신을 이용한 프리배팅과 번트 훈련, 티 배팅, 토스 배팅까지 합쳐 타자들은 6단계의 코스를 통과해야 한다.
현대는 이처럼 지난 27일부터 타격 훈련 시간을 1시간 늘였다.
2시간30분의 배팅 훈련이 끝났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10여 쪽에 이르는 `타격시 주의해야할 일'이라는 유인물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감을 가질 것, 주자를 진루시키는 타격을 할 것, 개인 성적을 초월할 것 등 무려 20항목.
팀타율 6위（.239）인 현대가 `2게임연속 타자 일순'이라는 팀기록을 세우게 된 뒤에는 이런 노력이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