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운명론] '숫자에 길흉화복 있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28일 13시 49분
"삐삐번호를 바꾸지 않으면 우린 결국 헤어지고 말거야."
신세대 젊은이들 사이에 `숫자 운명론'이 유행하고 있다.
숫자 운명론이란 태어난 연월일시 등 자신과 관련이 있는 숫자들이 길흉화복（吉凶禍福）에 영향을 미친다는 동양철학 이론에서 유래된 것으로 최근 동양철학과 기（氣）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열병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이들 중에는 애인에게 삐삐를 선물하기 전에 먼저 점집부터 들러 `사랑을 이루게 하는 숫자'를 알아낸 뒤 호출번호를 선택하는가 하면 아예 `길흉숫자표'를 들고 다니면서 전화번호, 은행계좌 비밀번호, 자동차 번호 등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숫자 운수풀이에 능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역술원들의 경우 좋은 숫자를 찾는 문의가 빗발치는 등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금도암 역술원의 김응석 원장（45）은 "숫자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좋은 숫자를 가르쳐 달라'는 전화가 하루에도 20∼30통씩 걸려오고 있다"며 "다른 업무에 지장이 많아 이달부터는 숫자에 관한 전화문의를 아예 사양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숫자 운명론은 `81수운영동（八十一數運靈動）'이란 기철학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81수운영동'이란 그 사람이 주로 사용하는 숫자들의 합을 1에서 81까지의 숫자로 분류한 뒤 각 숫자가 가진 기（氣）에 따라 길흉을 해석해 놓은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신의 삐삐나 비밀번호의 합이 16, 17, 18, 29, 39, 48 등이면 출세와 사랑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며 13, 31, 37은 무슨 일을 하든 꾸준한 발전이 보장된다는 것.
반면 14, 22, 34, 49, 60 등은 불길한 숫자로 꼽혀 연애와 직장생활 모두 실패하고 19, 28, 42, 44, 54는 고달픈 삶만 계속되며 10, 12, 20, 30, 40, 55, 59는 하는 일마다 뜬구름만을 잡는 꼴이 돼 반드시 실망과 좌절에 빠진다.
또 15, 21은 상대방을 휘어잡는데만 골몰하게돼 연인과 직장동료들을 모두 피곤하게 만들며 47은 남의 도움을 받아 출세를 할 수 있는 숫자로 꼽힌다.
이 이론은 승용차 번호에도 적용돼 번호의 합이 17, 18, 25인 사람은 교통사고를 일으키더라도 자기가 다치는 법이 없고 9, 12, 14, 19, 28, 34는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억울한 사고를 많이 당한다는 것.
역술원의 한 관계자는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숫자가 개인의 이름이나 상호（商號）보다 훨씬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며 "숫자 운명론이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들어 맞는다고는 볼 수 없지만 눈여겨 두면 장차 화를 모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