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탐구- 최용수] '롱런위해 오늘도 뛴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28일 13시 49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최)용수가 로드워크를 거르는 것을 보지못했습니다."
WBA(세계복싱협회) 주니어라이트급 챔피언 최용수(25．극동서부체육관)의 서울 양천구 신정3동 2천700만원짜리 전셋집 인근에 사는 것이 인연이 돼 2년전부터 최의 후원자로 나선 광성실업 김희주 사장.
`이웃주민' 최용수를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본 김사장은 "내성적이고 온순한 성격의 최용수가 냉혹한 사각의 링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꾸준한 연습의 결과"라고 요약했다.
김춘석 관장을 비롯한 주변인사들도 최용수의 저력은 무엇보다 남다른 `성실함'에서 나온다고 평가한다.
보통 챔피언들은 방어전을 마칠 경우 2∼3주는 휴식기를 갖는 게 관례다.
그러나 최용수는 다르다.
타이틀전을 마친 뒤 충남 당진의 고향 부모님께 인사하러 가느라 2∼3일 정도 `휴식'아닌 휴식을 갖는 것을 제외하곤 연습을 거르는 날이 없다.
그의 성실성을 보여주는 일화 한토막.
최용수는 프로 10차전을 하루 앞둔 지난 92년 8월18일, 자신의 오토바이를 몰고 친구집으로 가다가 서울 영등포역 부근에서 봉고차에 부딪혀 온몸에 피멍이 드는 중상을 했다.
하지만 최용수는 "예정된 경기를 미루면 상대에게 누를 끼친다"며 부상 투성이의 몸으로 하루뒤 벌어진 10차전에 나서 김춘석 관장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결과는 7회 KO승.
세계챔피언 최용수를 평가할 때 그의 독한 근성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링밖의 최용수에 대한 평가는 한결같이 너무 착한 사람이라는 것.
그러나 일단 링에 오르면 사정이 달라진다. 먹이를 발견한 굶주린 사자와도 같은 철저한 승부사적인 기질을 발휘한다.
초반에 상대로부터 매를 많이 맞을수록 오기가 발동하면서 중반 화끈한 KO승을 엮어내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독종' 최용수의 진면목이다.
최용수는 `링위에서와 링밖에서의 자신에 대한 평가가 어쩌면 그렇게 다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91년 11월 벌어진 프로 8차전을 상기시킨다.
장성관과 가진 6라운드 경기에서 2회 KO패를 당한 최용수는 당시 상대의 강펀치를 얻어맞고 왼쪽 눈부위 뼈가 으스러지는 중상으로 수술을 받고 2개월간 요양을 해야 했다.
최용수의 회고.
"링바닥에 엎어졌다가 KO패가 선언된 뒤 일어나 보니 왼쪽 눈부위에서 피가 흐르고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지면서 관장님 얼굴이 두개로 보였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절망감을 맛보았죠."
이 경기후 최용수는 이를 악물었다.
링위에서 상대를 누이지 못하면 자신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을 뼈에 사무치도록 절감한 최용수는 이후 상대를 먼저 누이겠다는 독기를 품고 링위에 올랐다.
이 덕분인지 최용수는 눈을 부상한 8차전 이후 한번도 패하지 않고 17연승을 달리고 있다.
`승부사' 최용수도 링밖의 일상생활에선 이 시대 20대 젊은이와 크게 다를바 없다.
머리에 무스바르기를 좋아하고 여가시간에는 이따금 당구장과 노래방도 찾는다.
당구는 150의 실력이고, 가수는 조용필을 좋아한다.
지난 24일 수원에서 마쓰모토와 5차방어전을 치른 뒤 경기도 안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있은 축하파티에서 최용수는 조용필의 `추억속의 재회'를 열창, 하객들로부터 `앙코르세례'를 받기도 했다.
지난 89년 충남 당진의 신평고를 1년 중퇴하고 서울의 큰 형(최기수씨．92년 교통사고 사망)이 운영하는 가게일을 도와주다가 순전히 `체력단련' 목적으로 복싱을 시작했던 최용수.
당시만 해도 직업복서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때문에 최용수는 자신이 이제까지 걸어온 길이 과연 옳았는지를 놓고 가끔은 고민할 때가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렇지만 그는 10차이상의 방어에 성공, 위대한 챔피언으로 기록된 뒤 인생의 방향을 다시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로 하고 오늘도 체육관으로 향한다.
◇최용수 신상명세
▲생년월일＝72년 8월20일 ▲출생지＝충남 당진 ▲출신교＝신평초등→신평중, 신평고 1년 중퇴 ▲신장＝1m74 ▲종교＝천주교 ▲가족관계＝최광억씨(75．농업)와 양순석씨(72) 사이의 2남7녀중 막내
▲인생 좌우명＝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고 임하라 ▲취미＝당구(150) ▲주량＝맥주 3병 ▲존경하는 복서＝유명우 ▲결혼계획＝윤미순씨(25)와 오는 10월경 결혼할 계획 ▲좋아하는 음식＝김치찌개 ▲주소＝서울 양천구 신정3동 765의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