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이색족' 급증
기사입력 1997년 05월 28일 13시 49분
`핸디족, 시티족, 삐삐족, 해탈족'.
최근 대학가에 이색 `족'들이 등장했다.
날로 개인 통신기기의 보급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이용하는 학생들도 크게 늘고 있다.
삐삐는 필수품이 됐고 시티폰이나 핸드폰을 장만하는 학생들까지 생겨나면서 통신기기 종류에 따라 신종 `족'들이 나타난 것.
`해탈족'들은 그 어떤 통신기기도 휴대하지 않고 속세에서 해탈한 삶을 살고 있는 학생들을 일컫는다.
불신이 가득한 이 사회에서 믿을 수 있는건 오직 직접 얼굴을 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부득이하게 연락해야 할 일이 생기면 대자보나 게시판 등을 이용한다.
대학생 중 가장 많은 삐삐족은 주로 숫자를 암호화 해 약속장소나 시간 등을 정한다.
또 최근 문자삐삐가 유행함에 따라 이를 이용, 좀더 재미있는 은어를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하지만 `시티족'들이 등장하며 `삐삐족'들의 숫자는 급감하는 추세.
시티폰을 갖고 다니는 `시티족'들은 최근 폭발적으로 그 숫자를 늘리며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삐삐를 받고 공중전화 앞에 서 있지 않아도 됨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들의 특징은 항상 기지국에서 200m 안에서 약속장소를 정한다는 것.
또 시티폰을 늘 뒷주머니에 넣어 안테나가 보이게 하고 다니는 것이 시티족들의 패션이라고.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핸디족'에는 주로 마이카족들이 속한다.
주로 자동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 이들은 움직이면서 통화를 할 수 없는 시티폰이 불편하자 무리를 해서라도 핸드폰을 장만한 것.
순간적으로 이뤄지는 약속이 많아 신속한 연락과 이동을 위해서 핸드폰과 자동차는 필수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노지훈군(20·고려대 재료금속공학 2년)은 "삐삐족들이 주종을 이루던 대학가에 최근 시티족 선풍이 불고 있으며 핸디족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에 대한 반동으로 해탈족의 증가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앞으로 개인휴대통신(PCS) 등 새로운 장비가 등장하면 또 어떤 족들이 출현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