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진] 못말리는 깡패
기사입력 1997년 05월 28일 12시 46분
"깡패 연기도 너무 잘 하면 문젠가봐요."
MBC TV `세번째 남자'에서 우희진이 심상치 않다.
방송 초기엔 `여자 아웃사이더'를 연상시키는 반항기로 시선을 끌더니 세월이 건너뛴 지금은 억척스런 여성으로 변신, 드라마에 새로운 재미를 불어넣고 있다.
처음 시놉시스에 설정된 하연은 가족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해 상처 입은 소녀. 이후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해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탁월한 `액션' 연기 덕분에 모든게 수정됐다.
교복을 벗어던진 요즘 처지는 일수돈 놀이를 하는 재민 엄마의 `똘마니'.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돈을 걷는게 그녀의 일과다.
얼마전엔 술집 여자들과 대판 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찍기도 했다.
"이왕 찍는 것 진짜처럼 보여야 하잖아요. 술집 여자로 나오는 배우들 중에 과 후배가 있더라구요. 저를 마구 때려야하는데 눈치만 보길래 먼저 악다구니를 하며 덤벼들었죠."
처음 `격투' 장면을 찍을 때만해도 주위에서 걱정이 많았단다. KBS 2TV `느낌'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희진이 주먹을 내밀기도 전에 넘어지지 않을까 추측.
그러나 결과는 정 반대였다. 카메라에 잡힌 그녀의 눈빛, 몸짓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녀가 예상외로 그럴싸하게 주먹을 휘두르자 그 뒤로 싸우는 장면이 차츰 늘어가더란다. 액션배우가 된게아닌가 싶을 정도로 `치고 박는' 장면이 많아졌다고.
덕분에 요즘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너 깡패였지?". 심지어 얼마전엔 조연출이 심각하게 `과거'를 묻는 질문을 하더란다. 그때마다 오해를 푸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느낌'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 때 굳어진 이미지가 저에겐 굴레같았어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는데 사람들은 여성스럽고 예쁜 모습만 기대하더라구요. 그토록 바라던 변신에 성공한 `세번째 남자'에 무척 감사해요."
우희진은 지난 3월 복학, 뒤늦게 시작한 학교(서울예전 연극과) 생활에도 재미를 붙였다.
촬영 때문에 빠진 과 오리엔테이션때 우희진이 속한 조의 이름이 `우희진 안 나왔조'. 그래서 얼마전 과 MT 때는 만사 제치고 경기도 도담캠프로 달려가 후배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했다.
최근 KBS 2TV `느낌'이 베트남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현지 언론에 인터뷰 요청을 받기도 했다는 우희진. 그녀의 97년 여름 인기 기상도는 `최고로 맑음' 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