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한국 실전검도에 놀랐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27일 15시 12분
"놀랐다."
`일본의 검성(劍聖)'이라는 나카무라 다이자부로 국제이아이밧도도(거합발도도) 회장은 한국 실전검도에서 한수 배웠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실전이동 연속베기는 세계 최고의 실전 도법(刀法)을 자처하는 일본에도 없는 신 도법이다.
일본에는 물흐르듯 학춤을 떠올리는 실전 칼춤도 없다.
지난 25일 8명의 일본 이아이밧도도 시범단원들은 서울 경기고 체육관에서 국내 처음으로 열린 제1회 한일 친선 도법연무대회에서 "와서 보니 한수 배워야 할 정도로 한국의 검무예가 다양한 데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승 무예가 활발한 일본의 실전 검법은 일정부분은 한국보다 한 수 위였다.
순식간에 칼을 빼들어 상대방을 견제하는 발도(拔刀), 짚단을 베기전 심신을 가다듬는 이아이(居合), 노련하게 짚단을 벤 뒤 칼자루에 칼을 되집어넣는 착검 자세 등에서는 오랜 세월의 전통이 배어났다.
대한도법협회가 국내 첫 실전도법 전문연구단체인 `싸우라비연구소'의 개관식을 기념해 마련한 이날 대회장에는 강남구청장 등 800여 명의 관중이 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국내 처음으로 한일 교류전을 펼쳤다.
87세의 노구로 휠체어에 의지한다는 일본의 나카무라 회장(밧도도10단)은 한국의 연무에 자극을 받은 듯, 이례적으로 직접 서서 3분여간 8방베기와 겹짚단 베기술을 선보였다.
이영식 도법협회장(48)과 나카무라 회장은 "일본의 검무예가 강하고 직선적인데 반해 한국의 도법은 부드럽고 원형을 이뤄 인상이 깊었다"고 교감한 뒤, 교류전과 공동 연구를 활성화시키자고 말했다.
일본의 시범중에는 나카무라 회장의 3천 제자중 홍일점 수제자인 오히라 교코씨(47．6단)가 검무기본형과 함께 짚단베기를 선보여 이채를 띠었다.
이에 맞서 한국은 최고의 여류 검인인 김은정(27) 도법협회 시범단장이 학춤을 연상시키는 칼춤과 연속 도법베기를 펼쳐, 일본 회장으로부터 한수 배우고 싶으니 가르쳐달라는 자성을 받아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