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美대륙 횝쓰는 '타이태닉호 특수'
기사입력 1997년 05월 26일 14시 40분
타이태닉호는 85년전인 지난 1912년 4월 14일 밤 영국 사우샘프턴항에서 미국 뉴욕항으로 처녀항해중 뉴펀들랜드에서 400마일 떨어진 북대서양에서 거대한 빙산과 충돌, 가라앉은 4만6천328t짜리 호화 여객선.
2천200여명의 승객중 무려 1천500여명이 익사한 대형 해난사고를 기록하고 수장된 상태에 있다.
이 해역을 항해중인 여객선들이 빙산을 조심하라는 무선을 여러번 보냈으나 타이태닉호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구명정도 턱없이 부족했다는 사실이 사고후 밝혀졌다.
`타이태니마니아'로 불리는 `타이태닉호 특수'는 지난해 이 여객선 사건과 관련된 10여권의 새 책들이 출간되고 TV영화 `타이태닉'이 방영되며 시작됐다.
금년 봄에는 1천만달러짜리 새 브로드웨이 뮤지컬 `타이태닉'이 무대에 올려졌는가 하면 할리우드에선 2억달러짜리 영화 `타이태닉'이 제작되고 있다.
타이태닉호를 주제로 한 영화로는 8번째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 연출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을 맡았으며 오는 7월 초 개봉될 예정이다.
`타이태닉호 특수'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금년 여름 멤피스시에선 600만달러의 예산이 투입되는 `타이태닉호 유품전'이 마련돼 관광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는 빙산과 부닥쳐 가라앉고 있는 타이태닉호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찾는 컴퓨터 게임용 CD롬까지 등장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타이태닉호의 인양권을 따낸 회사는 1인당 6천달러를 받고 타이태닉이 가라앉은 해저를 방문하는 여행단을 모집했는가 하면 타이태닉호 석탄을 인양해 드로프스 크기로 만들어 개당 30달러에 팔기까지 했다.
`타이태닉호의 마지막 만찬'이란 요리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이같은 `타이태닉호 특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재난의 기묘한 매력 때문이다. 타이태닉호에 버금가는 재난사건을 주제로 한 소설과 영화가 만들어져 인기를 끈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재난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특히 90년대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처럼 재난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가 늘어나는 것은 현대인들의 감정을 뒤흔들고 몰입하게 만드는 스펙터클한 장면들의 재연이 촬영기술의 발달로 용이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타이태닉호 특수'를 얘기하다 보니 90년대 들어 유난히 많이 발생한 국내의 대형 참사사건들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93년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사건이후 위도 유람선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품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 아현동 가스폭발 등 대형 재난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요즘 우리는 대선자금 정국에 금융대란설, 북한의 식량난, 여야의 대선후보전 등 그야말로 난세라 할만큼 정신이 없다.
예년보다 빨리 올 것이라는 장마철을 앞두고 영화의 주제가 될만큼 큰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들 주위를 살피며 대비해야겠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 정도로 세상이 너무 어수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