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강원도선 프로야구 왜 안합니까!
기사입력 1997년 05월 26일 14시 40분
"현대 유니콘스는 경기, 인천, 강원지역을 연고지로 하고 있으나 인천에서만 홈 게임을 벌여 강원도 팬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현대를 경인지역팀으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지요."
열성 야구팬 김구수씨（39）는 "이제 강원도 야구팬에게도 홈팀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프로농구는 물론 프로축구도 강원도 지역에서 경기가 열리는데 유독 프로야구만 열리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그동안 정계는 물론 체육계, 재계 등에 수백 장이 넘는 탄원서를 보냈다.
또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드 국왕, 부르나이 공화국의 볼키아 국왕 등 외국의 국왕이나 국가원수에게도 편지를 보냈다.
그의 기행（奇行）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강원도지역의 야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재벌 회장 앞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썼다.
하지만 그에게 관심을 기울여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별 미친 사람 다 보겠다는 투였다.
지난 94년엔 태평양의 구단 매각 소식을 접하고 `강원도를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 창단을 염원하는' 유인물 3만 장을 만들어 잠실야구장 앞에서 야구팬들에게 나눠주려다 경비원들의 제지로 무산됐다.
그는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마음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달 8일 조계사에서 정주영 회장 면담을 위해 4천 배를 올렸으나 실패로 돌아가자 자신의 성의가 부족하다고 생각, 오는 29일 또 한차례 4천 배를 올릴 참이다.
"가수 김흥국씨가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2002번 절을 했다고 하고, 또 성철스님을 만나려면 3천 배를 해야 했다고 합니다. 저의 간절한 염원을 보여주기 위해 그보다 1천 배 많은 4천 배를 올리게 된 것입니다."
강원도 횡성 출신으로 서울 낙원상가에서 악기점을 운영하는 그는 결혼할 생각은 접어둔 채 잠실야구장에 드럼을 들고 나가 응원을 펼치는 등 야구에만 매달리는 광이다.
